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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부검의, 윤 일병 사인 의도적 은폐?

입력 : 2014-08-11 19:19:09 수정 : 2014-08-12 00: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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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멍·갈비뼈 골절 정황에도“부검해 봤더니 구타 소견 없어
직접 원인은 기도폐쇄 질식사”폭행·가혹행위 징후 아예 무시
28사단 윤모 일병에 대한 부검에서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사’라는 판단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몸 안쪽에 있는 비장이 파열되는 등 구타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있었는데도 부검의가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공판기록에 따르면 윤 일병 부검을 진행한 부검의(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소속)는 지난달 열린 3차 공판에서 “(구타에 의한 장기 손상으로 인한 사망은) 부검에서 그럴 만한 소견이 없었기에 배제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부검을 해봤더니 장기 손상은 비장이 살짝 찢어진 부분밖에 없어서 장기 손상 자체만으로 인해 사망한 소견은 없었다. 기도에 음식물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질식사) 추정을 한 것”이라며 “폭행행위가 기도 폐쇄를 유발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크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사”라고 말했다.

그는 가혹행위 등에 대한 사전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판단을 내린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국방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폭행으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사진을 공개하며 회의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를 질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부검의는 “부검을 하기 전 피해자가 당한 폭행 정도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고지받았느냐”는 질문에 “부검을 하기 전에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몰랐다. 그렇게 자세한 내용까지는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윤 일병의 부검동의서 ‘사망개요’ 란에는 “사망자는 생활관에서 선임병 4명과 음식물을 취식하다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연천의료원 및 국군양주병원 경유,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후송치료 중 1일 만에 사망함”이라고 쓰여 있다. 쓰러지기 직전까지 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얘기다. 육군중앙수사단의 헌병 군의관 검시조서에는 “군의관 소견 및 시체 검시 결과, 신체 전반에 외력에 의한 타박흔 및 찰과흔이 관찰되므로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하고자 함”이라고 명시됐다. 실제 윤 일병의 시신에는 온몸에 멍이 들어있었고 갈비뼈가 15개 부러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가슴쪽의 멍과 갈비뼈 골절은 심폐소생술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심폐소생술로 15개가 부러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검의 역시 공판에서 “이 피해자만큼 온몸에 멍이 많이 든 사람을 본 적 있나”는 질문에 “추락사의 경우에는 본 적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기록뿐만 아니라 시신에서도 폭행의 징후를 볼 수 있었던 만큼 폭행과 가혹행위가 사망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부검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윤성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도 그냥 몸만 보는 것이 아니듯이 부검 전에도 사망 직전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며 “몸에 심한 멍이 있고 폭행이 있었다는 사전정보를 들었다면 폭행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생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검의는 “윤 일병이 병원에 후송됐을 당시 기도 및 인두에 음식물이 많았던 것이 질식사 소견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진술했으나 여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교수는 “시신 기도에 음식물이 있다면 대개 의식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구토를 하거나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넘어온 음식물”이라며 “사망에 이를 만한 다른 원인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고, 음식물이 넘어오는 것은 그 과정에서 2차적으로 온 현상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유나·권이선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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