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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얼차려 기준… 편법 가혹행위 유발

입력 : 2014-08-18 19:17:43 수정 : 2014-08-19 08: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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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물리적 제재’ 규정 무용지물 지난해 7월1일 새벽 4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이던 김지훈(당시 22세) 일병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 전날 김 일병은 오후 9시20분부터 10시까지 완전군장을 한 채 비행단 연병장을 돌았다. 공군에서 ‘사랑의 벌’로 부르는 얼차려였다. 전입 후 직속 상관인 A 중위로부터 심한 인격모독성 발언과 질책을 받았던 김 일병은 얼차려를 마치고 6시간 후,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공군 헌병대에 따르면 A 중위는 ‘사랑의 벌’ 시행방법에 명시된 결정권자가 아니었고, 결정권자에게 보고도 없이 얼차려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과시간 중 실시가 원칙이었지만 A 중위는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

최근 군내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로 각종 사건과 사고가 이어지면서 군에서 규정하고 있는 얼차려와 가혹행위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어디까지가 정당하게 허용되는 얼차려이고 어디까지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주는 가혹행위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육군은 규정을 통해 병사에 대한 물리적 제재를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병영생활규정 제30조(얼차려) 항목을 통해 “법과 규정, 지침, 지시를 위반한 대상자(병사) 중 징계 또는 법적 제재의 대상자를 제외한 경미한 위반자에게 얼차려를 부여할 수 있다”고 기술하면서 얼차려의 방법과 횟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아무리 선임이라도 병사끼리는 얼차려를 부여할 수 없도록 얼차려의 승인은 소대장급 이상 지휘자나 지휘관(휴무일에는 당직 사령)이, 집행은 분대장급 이상 간부의 감독 하에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얼차려 가능 시간은 오전 8시∼오후 8시로 1회 1시간, 1일 총 2시간 이내를 넘지 않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일선부대에서는 이런 규정이 무시되기 일쑤다. 병사들 간의 음성적인 얼차려는 차치하고, 간부들조차 규정에 따른 얼차려를 제대로 부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육군에서 전역한 예비역 장교 김모(26)씨는 “군대에서 병사들에게 얼차려를 부여하면서 실제로 규정을 따지지는 않았다”며 “얼차려 규정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총 28단계나 되는 세부사항을 모두 알고 있는 간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병영문화 혁신 토론회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병영문화 혁신 토론회에서 군 장병과 참석자들이 패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얼차려의 구체적 횟수만 명시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해석이 가능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강원도 인제에서 근무하다 지난 1월 전역한 예비역 병장 박모(22)씨는 “팔굽혀펴기나 앉았다 일어서기의 경우, 횟수만 명시돼 구분동작으로 하나에 내려가 오랜 시간 버티게 하는 등의 편법으로 가혹행위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며 “얼차려를 부여하는 간부들이 이를 악용하는 일도 있고 아예 얼차려 규정을 모르거나 알고도 무시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군 형사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얼차려의 종류와 세세한 기준을 나열만 해놓아서는 얼차려가 가혹행위로 변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공군도 ‘사랑의 벌’ 제도를 시행하면서 얼차려 방법을 종류별로 구체화하고, 집행절차와 실시 시간을 정해놓고 있다. 다만 해군은 얼차려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고, 각 부대 예규에 따라 간부가 사안별로 병사들에게 과실 점수를 부여해 외박·외출 등을 통제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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