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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단체와 협상 불가론’ 흔들리나

입력 : 2014-08-26 21:08:00 수정 : 2014-08-26 23: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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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참수 계기 자국민 보호 목소리 높아 “테러단체에 몸값을 주면 국민을 더욱 비싼 상품으로 만들 뿐이다.”

“유럽은 몸값을 주고 국민을 구해오는데 미국만 원칙을 지키나?”

미국사회에서 테러단체에 대한 몸값 지급 필요성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미 언론인 참수사건을 계기로 테러단체에 몸값을 지급해서라도 미국인을 구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테러단체와 협상도, 몸값 지급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거듭 밝히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프리랜서 기자가 테러단체에서 풀려난 것과 관련, “(석방을 주선한) 카타르 정부에 몸값 지급을 요청하지 않은 게 확실하다. 미국의 오랜 정책을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2012년 10월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 격인 알누스라 전선에 납치됐던 미 프리랜서 기자 피터 테오 커티스(45)가 전날 갑작스레 석방되면서 몸값 지급설이 유력하게 제기됐었다. 특히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몸값으로 1억유로(약 136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의 참수사건과 비교되면서 이 같은 소문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라크의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가 19일(현지시간) 유튜브 등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복면을 한 IS 대원이 흉기를 손에 든 채 미국인 기자 제임스 라이트 폴리 옆에서 미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폴리는 결국 참수됐다.
사진 = 유투브 동영상 캡쳐
미국은 1970∼80년대 이란과 인질 석방을 협상하면서 몸값이나 무기를 지급할 경우 테러단체 세력을 키울 뿐이라는 교훈을 얻은 이후 테러단체와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어오고 있다. IS에는 미국인 인질 3명이 추가로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테러단체와 협상을 아예 외면하는 건 아니다. 지난 5월 말 카타르 정부 주선으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 중인 탈레반 포로 5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탈레반에 잡혀 있던 보 버그달 병장을 구해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포로가 된 군인과 민간인에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1일 “몸값 지급은 미국 정부가 활동을 억제하려는 단체들에 자금지원을 하는 꼴이며 오히려 더 많은 납치를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만 물밑에서 테러단체와 협상해 인질을 구해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영국은 1991년 분리독립을 주장하던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다우닝가를 테러한 이후에도 IRA와 비밀 막후채널을 유지했다. 독일 정부도 2003년 말리의 무장단체에 납치된 자국민 석방 대가로 인도적인 지원 명목으로 500만유로(약 70억원)를 지급했다. 올봄에는 프랑스 언론인 4명과 스페인 언론인 2명이 IS에 억류됐다가 몸값 지불 조건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알카에다와 그 연계세력이 2008년 이후 납치를 통해 주로 유럽 국가로부터 1억25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2008년 피랍됐던 미 언론인 데이비드 로드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상반된 대응이 유럽인 인질은 구출되고 미국인 인질에게는 암운이 드리우는 차이를 낳고 있다”면서 “미국도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IS에 맞서 미국의 시리아 공습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주말 시리아에 대한 정찰비행을 허가했다면서 이는 공습의 전조라고 NYT가 26일 전했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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