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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유동성위기 재차 고조…3천억 해법은

입력 : 2014-09-12 17:54:43 수정 : 2014-09-12 1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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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만기도래 회사채 1344억…9월 500억·11월 844억
産銀 브리지론 2000억 포함 총 3344억원 상환해야
동부발전당진 매각불발…산은 PEF 인수後 매각 재추진

동부그룹 구조조정을 위한 핵심 매물 중 하나인 동부발전당진 매각 작업이 불발되면서 또다시 유동성 위기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부발전당진 매각 계획이 예비 송전선로 이슈가 불거지며 끝내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8일 동부건설로부터 동부발전당진 지분 60%에 해당하는 1200만주를 27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한 삼탄이 이달 5일까지 잔금을 치르지 않고 동부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현재 삼탄은 전체 매각대금의 10%인 계약금 270억원만 지급한 상태다.

12일 동부그룹과 KDB산업은행,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올해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1344억원을 해결해야 한다. 이달 중으로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며, 11월에는 844억원에 이르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동부건설은 당초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으로 산업은행 브리지론 2000억원을 갚고 남은 자금으로 회사채를 막을 생각이었다. 동부건설은 이미 산업은행으로부터 동부발전당진 주식을 담보로 2000억원의 브리지론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매각이 무산되면서 다시 위기 상황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패키지딜’을 추진하다가 지난 6월 포스코가 동부패키지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하자 개별 매각으로 전환해 동부발전당진 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

◆ 동부특수강 모델 따라 ‘PEF 인수後 진성매각’ 추진

삼탄과의 최종 계약이 물 건너감에 따라 그동안 매각을 이끌어온 산업은행이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동부발전당진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6월 동부그룹 구조조정 매물인 동부특수강을 PEF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11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동부특수강은 철강업계에 매물로 나와 있으며 세아특수강 등 복수의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진성매각(트루세일)이 이뤄져 차익이 나면 동부그룹에 넘겨주는 방식의 언아웃(earn out) 조항이 삽입된 계약이다.

현재로서는 동부발전당진도 송전선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동부특수강과 비슷한 매각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으로서는 패키지딜 백지화에 대한 책임론이 일부 제기되고 있어, 일단 PEF를 통한 인수로 급한 불을 끈 뒤 예비 송전선로 문제의 해결 추이를 지켜보며 매각을 재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동부금융센터. 사진=동부그룹
◆ 이해관계 복잡하게 얽힌 송전선로 문제…난항 예상

동부발전당진 매각이 무산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소 복잡하다.

정부의 5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입안된 동부발전당진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2018년 상업발전이 가능한 알짜 발전소 매물이다.

이처럼 알짜 매물에 삼탄이 계약금까지 지불해놓고 본 계약을 틀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예비 송전선로 건설 부담을 떠안을 경우 인수 대금 외에 추가로 상당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동부발전당진에서 북당진변전소까지 30㎞가 문제가 된 접속선로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이미 초고압 송전선인 765㎸ 기존 송전선로가 깔려 있다. 동부발전당진은 지난해 2월 한국전력과 765㎸ 송전선로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가 당진발전소의 경우 765㎸ 송전선 이외에 따로 345㎸ 예비 송전선로를 보강하라는 권고를 하면서 새로운 이슈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어 한전은 지난해 10월 345㎸ 예비 송전선로의 건설비용을 발전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올해 3월에는 예비 송전선로 건설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발전사업자들의 기존 송전선로 이용까지 제한하겠다고 통보했다.

예비 송전선로 문제는 지난 2011년 전국을 대혼란에 빠트린 ‘9·15 순환정전 사태’ 이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존 송전선 외에 예비 송전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감사원 등에서 꾸준히 제기하면서 불거진 이슈다.

이 문제는 동부발전당진만 걸려 있는 게 아니다. 인근에 있는 동서발전도 한전과 갈등을 빚고 있다.

동서발전은 올해 5월 전기위원회에 재정신청을 내기도 했다. 한전의 기존 송전선로 이용제한 조치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낸 일종의 소송이다. 전기위원회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예비 송전선로 건설에 5000억∼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의 조정으로 발전사업자가 절반을 부담하게 된다면 2500억∼3500억원을 들여야 한다.

동부 측은 동서건설의 발전소 용량이 동부발전당진보다 6배가량 크기 때문에 동부발전당진의 분담금액은 수백억원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부와 한전, 복수 발전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있어 송전선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행히 4000억원에 달하는 김포 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 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만기를 연장하는 데 성공해 회사채 외에 다른 자금 부담은 없다.

동부그룹으로서는 삼탄과의 동부발전당진 매각 계약 체결과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동부하이텍 매각 작업 가속화로 전체 구조조정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다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동부하이텍은 현재 실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 SMIC, 인도 HSMC 등 외국 반도체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동부그룹에 남은 매각 대상 자산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메탈 등이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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