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부대 장교들 "담뱃값 모자라면 후임병 착취로 이어질라" 우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현재 2500원 선인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해 최대 4500원선으로 올려 흡연율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작 휴식 시간 담배 한 대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온 일부 병사들은 그 소식을 듣고는 거의 패닉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13일 국방부에 따르면 육군을 기준으로해 병사의 월급은 이병이 11만 2500원, 일병 12만 1700원, 상병 13만 4600원, 병장 14만 9000원이다.
하루 1갑씩을 피운다고 가정할 때 지금은 2500원에서 30일을 곱하면 7만 5000원으로 해결된다.
하지만 4500원선으로 인상될 경우 하루 1갑을 기준으로 30일 동안 13만 5000원이 담뱃값으로 나간다. 이는 상병의 월급을 넘어서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2005년부터 단계적으로 1인당 면세담배 지급량을 축소해오다 2009년에는 완전 폐지했다. 우리 장병들은 일반인들과 같은 가격으로 담배를 사고 있다.
장병들에게 지급된 면세담배란 1948년 창군 이래 2008년까지 62년 동안 군인의 복지 및 사기진작 차원으로 지급돼왔다.
그러나 1999년부터 국가 차원의 국민건강증진정책 추진으로 우리 군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보건복지부 등 민간 보건단체로부터 군 장병에게 지급되는 면세담배가 장병의 흡연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면세담배 판매 폐지를 요구받게 됐다.
하지만 최근 6년간 장병들의 흡연율 현황을 살펴보면 크게 감소하지는 않았다.
국방부로부터 받은 '장병 최근 6년간 흡연율 현황'에 따르면 2008년 49.7%였던 흡연율은 면세담배 지급이 폐지된 2009년 48.4%로 약간 감소했다. 2010년 47.2%, 2011년 44.5%, 2012년 43.2%, 지난해 42.9%였는데 6년간 6.8% 감소했다.
이는 면세담배를 지급했을 때 10명중 대략 5명이 흡연을 했다면 면세담배 지급을 폐지한 후 10명중 4명꼴로 줄었다는 것을 말한다.
2010년부터 올해 8월 현재까지의 군내 담배 판매량도 줄어들기는 했는데 큰 차이는 없는 듯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 3795만 5877갑(824억 8000만원)이었다면 지난해에는 3637만 272갑(811억 1000만원)이었고 올해 8월 현재 2329만 2054갑(529억 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국방부의 입장은 장병들에게 금연을 권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야전부대 위관급 장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병사들이 휴식시간 담배타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이처럼 가격을 올리면 부모에게 용돈을 더 요구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가뜩이나 몇 푼 되지 않는 월급을 받는 병사들의 불만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역한 한 예비역 병장은 "일반인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가격을 병사들에게 고스란히 적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최근에는 그나마 금연하는 병사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10중 4명은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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