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99명 입건·154명 구속 검찰이 6일 ‘세월호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지난 4월16일 참사 발생 후 5개월간 진행된 수사가 일단락됐다. 그간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원인뿐 아니라 해운업계 전반적 비리 등 총체적 비리 사슬까지 칼을 들이대 총 399명을 입건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실책이 드러나면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검찰은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세월호 관련 의혹을 일일이 설명하는 등 신뢰 회복에 주력했다.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검찰은 비리 수사 결과 외에 이례적으로 세월호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발표문에 담았다. 세월호와 관련해 퍼지는 무분별한 의혹을 차단하고 이를 통해 만약에 있을지 모를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에 강경 대처하려는 포석이다.
시중에 떠도는 의혹 가운데 ‘잠수함 또는 암초 충돌설’이 먼저 퍼졌다. 이는 뒤집힌 세월호 선체 바닥에 움푹 파인 흔적과 함께 긁힌 자국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선박 도색이 벗겨져 마치 파인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외국 선박에도 비슷한 흔적이 보이고,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사진, 승객진술에서도 충돌 시 발생하는 흔들림이 없었다는 점 역시 한 근거다.
인터넷상에서는 ‘마스크맨 폭침설’도 유포됐다. 요지는 “해경 123구조함정이 세월호에서 오렌지색 옷을 입고 마스크를 낀 인물을 가장 먼저 구조했다. 이 마스크맨은 탑승자 명단에도 없다. 고도로 훈련을 받은 마스크맨이 세월호를 폭파한 증거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마스크맨은 검찰 수사 결과 60대의 세월호 승무원으로 확인됐다.
비슷한 맥락에서 세월호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에 기록된 CCTV 영상이 조작됐다거나 사고 발생 전 누군가 일부러 CCTV를 껐다는 의혹이 나왔으나 실제로는 세월호 침몰에 따른 영상파일 손상이 원인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국정원 개입설을 ‘잠수함 충돌설’, ‘마스크맨 폭침설’, ‘CCTV 조작설’ 등과 결합해 영화적 시나리오까지 창작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진실은 싱거웠다. 검찰이 알아봤더니 국정원이 보안업무규정에 따라 지난해 2월에 세월호 보안 측정을 한 것은 맞지만 ‘국정원 지적사항’ 파일 내용상 99개 지적 항목 중 국정원이 실제로 지적한 건 선박 테러·피랍과 관련한 9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인천지방해양항만청,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이 지적한 사항이었고 이를 세월호 직원이 국정원 지적사항과 한데 합쳐서 만든 파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인천지부, 인천지방해양항만청 등이 주고받은 공문을 조사한 결과”라면서 “문서 작성에 관여한 세월호 직원을 통해서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법리상 거의 유사한 ‘과실범의 공동정범’(여럿이 과실을 저질러 사상 등의 사고를 낸 경우)이 적용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참사 때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과 시공사 관계자 등 17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에 비하면 총 399명을 입건해 154명을 구속한 세월호 참사 사건은 검찰과 경찰이 모든 역량을 투입해 진행한 수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검찰은 5개월간의 수사방향을 세월호 침몰 원인과 승객 구호의무 위반 책임, 선박안전 관리·감독 부실 책임, 사고 후 구조과정의 위법행위,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일가 비리, 해운업계 전반의 구조적 비리의 다섯 갈래로 나눴다.
이를 통해 검찰은 세월호가 실소유주 일가와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증축과 과적, 조타수의 조타미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침몰했다고 밝혀냈다. 이후 수색구조 과정에서 세월호 선원들과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 해경이 제대로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게 검찰 분석이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최상환 해경 차장마저 구난업체인 언딘과 유착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그러나 수사규모만큼이나 뒷말이 많았다. 검찰은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이 죽은 줄도 모르고 행적을 찾는 큰 소동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과도 마찰을 빚어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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