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날 막을 올린 4중전회 주제인 의법치국(依法治國: 법에 따른 국가 통치)이 처음 다뤄진다는 점을 부각하며 “중국의 정치 발전과 개혁에 한 획을 긋는 중대사”라고 강조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집권기인 1995년 의법치국이란 개념이 제기된 적이 있지만 공식 주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회의와 달리 이번 4중전회는 의법치국과 이를 통한 국가 발전의 개혁과제 수행에 필요한 시 주석의 권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 명보와 미국의 중화권 매체 보쉰은 4중전회 기간 중 군 핵심 수뇌부인 중앙군사위원회가 시 주석 측근들을 중심으로 대폭 물갈이될 것으로 관측했다. 명보는 현재 쉬치량(許其亮), 판창룽(范長龍)의 2인 부주석 체제인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3인 체제로 개편될 것으로 보고 장여우샤(張又俠) 총장비부 부장(상장)이 부주석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장 부장은 장쭝쉰(張宗遜) 전 중국군 부총참모장 아들로, 군부내 대표적 훙얼다이(紅二代: 혁명 원로나 고위층의 자녀·태자당)로 시 주석의 ‘군부 내 복심’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병으로 입대해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며 풍부한 실전경험도 쌓았다. 부친 간 인연도 각별하다. 장쭝쉰은 시 주석 아버지 시중쉰(習仲勛)과 서북야전군에서 함께 근무했다. 두 가족 간 유대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군사위 부주석 0순위로 거론됐던 류위안(劉源) 총후근부 정치위원(상장·한국군 대장)은 군 경력 문제로 승진 가능성이 작다고 명보는 분석했다.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아들인 그는 군 사상 최악의 부패 사건인 구쥔산(谷俊山) 전 총후근부 부부장 비리 조사를 주도하면서 군 정풍운동에 공이 크다.
중앙군사위 위원 11명 가운데 최대 6명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류야저우(劉亞洲) 국방대학 정치위원(상장)이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 후임으로 기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리셴녠(李先念) 전 국가주석의 사위인 류 상장도 류위안 위원, 장 부장과 마찬가지로 ‘훙얼다이’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태자당의 좌장인 시 주석이 군부의 친정체제 구축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대학 교수는 “부패 척결의 이름을 내건 당·정·군 정풍운동의 본질은 시 주석의 권력 강화와 연결돼 있다”면서 “앞으로 지방정부 공무원 구조조정과 군 비리 척결 등 쉽지 않은 개혁 과제는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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