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개인전… 시련 뒤의 아름다움 나름의 독특한 관점과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두 작가의 전시가 서울 사간동에서 거의 동시에 열리고 있다. 자연광을 캔버스에 담아 내는 박영남(65) 작가는 11월9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고, 철도 침목 등 버려진 것들을 소재로 작업하는 정현(58) 작가는 학고재 갤러리에서 11월9일까지 개인전을 갖는다.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빅 애플’(Big Apple) 앞에 서 있는 박영남 작가. 그는 자신의 작품을 ‘자연광이 불러준 노래’라고 했다. |
박 작가는 붓 대신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린다. 1980년대 초반 강남 집을 팔아 미국 유학길에 나섰던 그는 물감과 캔버스를 넉넉하게 살 돈이 없어 늘 아끼고 또 아껴야 했다. 오전에는 다른 일을 해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고 오후에는 작업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어느날 5000달러를 손에 쥐게 된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미술용품 가게로 달려갔다. 카트에 물감을 가득 쓸어 담은 그에게 가게 점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미술용품 소매상을 하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집에 돌아와 맘껏 캔버스에 물감을 쏟고 문질렀다. 순간 쾌감과 희열이 몰려왔다. 핑거페인팅의 시작이었다. 색들은 온기를 품고 서정적 감성으로 다가온다. 서정적 추상이다. (02)720-5114
큰 바위덩이 같은 ‘파쇄공’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정현 작가. 그의 작품은 묵묵히 소리 없이 견디고 없어지는 것들에 대한 찬가다. |
정 작가는 5년 전 제철소에서 파쇄공의 낙하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면서 가슴이 먹먹했다. 응집된 시련의 흔적을 봤다. 몸에 고스란히 진동으로 전해졌다.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에서 파쇄공 3개를 가져 왔다. 그는 옮기는 행위에만 개입했다.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 작가는 “시련을 겪은 뒤의 것들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라고 말했다. (02)720-1524∼6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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