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블록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해 1·2종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숙박시설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설에 설치해야 하는 의무·권장사항이다. 그러나 설치 기준만 명시돼 있지 운영에 대한 기준은 없다. 점자블록 설치와 유지·보수에 대한 근거는 있지만 점자블록 위의 주정차물, 적치물에 대해서는 제재 근거가 따로 없는 것이다.
점자의 날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노량진역 부근에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위해 설치된 점자 블록 위에 과일이 진열돼 있다. 이재문 기자 |
서울시 한 자치구의 관계자는 “보도 위에 주정차를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차도의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것도 버거운 형편이라 점자블록의 단절 상황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흡하게 설치되거나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자블록의 피해는 시각장애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점자블록을 설치할 때 일반 보도와 함께 매입시공을 해서 돌기 하단이 보도면과 같게 해야 하지만, 기존 보도면 위에 부착시공을 해 높이 차이가 크다 보니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전수조사’에 따르면 안내시설 부문의 접근로 점자블록 설치율은 31.6%(2만7014개)이고, 적정설치율은 26.9%(2만3046개)다. 설치율이 50%를 훨씬 밑도는 이유는 보도·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접근로에 설치되는 등 대다수가 표준에 맞지 않게 설치되기 때문이다. 또 보도와 차도가 잘 구분되지 않은 접근로에 설치돼 안전한 보행을 담보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점자의 날은 제생원 맹아부(현 서울맹학교)에서 시각장애인 교육을 담당했던 송암 박두성(1888∼1963년) 선생이 1926년 6점자식 ‘훈맹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로 88회를 맞이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전문성 없는 비장애인이 점자시설물을 설치하다 보니 잘못 설치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며 “점자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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