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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K-2 전차’ 가속성능 논란 진실은…

입력 : 2014-11-14 19:51:36 수정 : 2014-11-14 22: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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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기준 8→9초 완화 놓고
고물취급에 업체봐주기 논란도
“보도를 이렇게 해버리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 언론이 과연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할 수 있습니까.”

방산비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2일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방산비리 척결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터져나온 방위사업청 직원의 볼멘소리다.

요즘 방사청과 방산업체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비리가 알려진 뒤 우후죽순처럼 불거진 방산비리 후폭풍 때문이다. 방사청 직원과 업체의 유착이 자초한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국산무기들이 엉뚱하게 오해를 사거나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개발과정에서의 노력이 무시되거나 방산비리와는 무관한 성능 결함과 오작동 등 내용이 국정감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

2016∼17년 106대가 양산될 예정인 K-2 전차가 대표적이다.

애초 군 당국은 K-2 전차 파워팩(엔진+변속기)의 국내 개발을 추진하면서 정지 상태에서 시속 32㎞를 내는 가속성능 기준으로 8초를 제시했다. 하지만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는 실제 기동시험에서 8.7초가 걸려 군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합참은 지난달 31일 합동참모회의를 열어 이 기준을 8초에서 9초로 완화했다. 일각에서는 노골적인 업체 봐주기란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매체에서는 “K-2 전차와, 미래 전장에서 이 전차를 타고 전장에 나갈 장병들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기준에 0.7초가 미달된 것을 두고 마치 K-2 전차를 ‘고물’ 취급한 것이다. 미국은 독일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1500마력짜리 디젤엔진 개발에 도전했다가 야전에서의 성능평가 도중 전차 엔진이 정지하는 문제 등이 자주 발생하자 중도에 포기한 바 있다. 원천기술을 가진 독일 파워팩에 견줄 수 있는 국산 파워팩 개발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의미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30년 전에 등장한 독일산 레오파드II-A4 전차가 6초, 20년 전에 개발된 프랑스산 르클레르가 5초, 미국산 M1A1HA가 6.8초, M1A2가 7.2초 걸린 것과 비교할 때 K-2 전차의 8초대 가속성능은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꼬집었다.

하지만 이들 외국 전차의 가속성능 기준은 ‘Stall Start’ 방식 기록이다. 이는 전차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아 엔진 출력을 3000rpm 상태로 높인 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서 급출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하면 국산 K-2 전차의 가속성능도 6.18초가 걸렸다. 8초대로 나오는 K-2의 가속성능 기록은 엔진 공회전(Idle Start 방식)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배제됐다.

국산 K-11 복합소총은 자석만 갖다대도 발사되는 엉터리 총이라는 누명을 썼다. 214급 잠수함 축전지 결함이나 K-21 장갑차 침수 논란, 율곡이이함의 어뢰기만탄 부식 문제 등도 성능이나 관리부실이 아닌 방산비리로 내몰렸다. 첨단무기의 국산화에는 막대한 예산과 많은 시간이 투입돼야 한다. 개발 도중 시행착오 역시 반복된다. 이를 두고 방산비리로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다. 묵묵히 국가 안보의 초석을 다져온 선의의 방산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분명히 ‘옥석’은 구분돼야 한다.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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