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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출·퇴근 멋대로…'군복무' 신분 잊은 연구요원들

입력 : 2014-12-05 06:00:00 수정 : 2014-12-05 06: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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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 실태조사·수시점검, 대학측 미리 입수해 알려줘
연구활동으로 軍복무 대체, 출근부 수기 작성… 관리 부실
‘7월○○일 병무청 나옴. 출근부, 개인복무상황부 철저히 할 것.’

지난 7월 서울의 A 대학에서 박사학위과정 전문연구요원(연구요원)으로 복무 중인 김태호(28·가명)씨는 연구요원 관리자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실태조사는 보안을 유지해 불시에 실시해야 하지만 일정 등 관련 정보가 미리 관리자 귀에 흘러간 것이다.

메시지를 받은 연구요원들은 길게는 수개월 동안 방치됐던 출근부를 작성했다. 후배에게 부탁해 대신 이름을 써달라고 하는 연구요원들도 있었다. 김씨는 “수기로 작성하다 보니 다른 사람 것을 대신 작성해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병무청에서 실태조사가 나오기 전에 관리자가 정보를 다 알려주니 평소 출근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군 복무 대신 대학원이나 연구기관에서 연구개발활동을 하는 전문연구요원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군 복무의 엄중함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연구요원들의 복무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4일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현재 병무청이 연구기관으로 지정한 대학원과 대학 부설 연구기관 177곳에서 복무 중인 연구요원은 2499명에 이른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자연계 석사 이상 학위취득자가 자연계 대학원, 기업부설 연구기관 등에서 3년간 연구개발활동을 하면서 군 복무를 대체하는 병역특례제도다. 

병무청은 이들의 복무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연 1회 정기 실태조사와 수시 점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1차 복무관리 책임기관인 학교 담당자가 미리 정보를 입수해 이를 복무 대상자들에게 알려주면서 병무청의 감시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들은 출근 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취재팀이 지난달 24일 이 대학을 찾아 확인한 결과 오전 10시까지 출근한 연구요원은 전체 89명 중 38명으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야간 연구활동 등을 한 경우에는 관리자가 따로 출퇴근 시간을 정해 운영할 수 있지만 이 학교의 경우 별도의 지침이나 관련 증빙 서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무청 관리규정에는 별다른 사유 없이 지각이나 조퇴 등을 하게 되면 누계 8시간을 연가 1일로 계산하여 휴가 일수에서 공제하고, 누계 8일 이상이면 복무지 이탈로 편입 취소 및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된다.

다른 학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B 대학에 복무 중인 연구요원 홍모(27)씨는 “어차피 다들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초과수당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애초에 점심 무렵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군 복무 중이라기보다 일반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복무 부실에 대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병무청은 지난해 8월 전자식 출입관리시스템을 활용해 출근 관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전자식 출입관리시스템 관리의 실효성이 낮은 경우 별도의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어 여전히 대부분의 대학은 출근 관리를 수기로 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오히려 출입관리를 전자로 하면 조작을 하는 경우가 있어 수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9월 연구요원들의 부정한 출퇴근 실태가 문제가 돼 연구실 컴퓨터로 로그인하는 방식으로 출근 확인 방식을 변경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실태조사에서 연구요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고 원격조종 시스템을 이용해 허위 출석한 것이 적발돼 10명이 경고를 받고 1명이 편입 취소됐다. 현재 편입 취소된 연구요원은 병무청을 상대로 편입 취소 부당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는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목표로 약 4000만원을 들여 혈관인식 출석 시스템 장비를 각 단과 대학에 설치한 상태다.

병무청의 한 관계자는 “원래 실태조사는 불시에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담당자가 실태조사에 대한 비밀을 누설했다면 이는 병역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사실 여부를 조사한 뒤 엄중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이선·김건호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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