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주교는 이날 광주대교구청에서 성탄 메시지를 발표하며 "헌재의 판결 내용 중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 있다고 한다. 법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그러면 무엇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야당도 제 역할을 한 것인지 의아스럽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힘인데 이번 판결처럼 다름이 곧 틀림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 대화 문화가 정착될 수 없다"며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과 성소수자 끌어안기 등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서도 "그 자체를 찬성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본다"며 차이를 인정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가톨릭 교회가 보수 일변도였다면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쇄신과 개혁, 혁명 중 체제를 먼저 흔들지 않고 의식과 사고방식부터 바꾸며 변화를 꾀하는 쇄신을 주로 선호하고 추구해왔고, 교황의 행보 역시 의식 변화를 위한 것"이라며 "가톨릭 교회는 살아 있는 전통이었기에 시대의 필요에 그때그때 응할 수 있었다. 결국, 살아있지 못한 전통은 박물관의 골동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교황이 한국을 떠나는 당일 60여명의 교통 경찰관의 손을 잡고 수고했다고 한 일화 등을 소개하고 "교황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셨다. 사랑이란 옆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라는 것을 일관성 있게 실천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위 우리나라 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성공하기 전 첫 마음, 어려움을 잊지 않고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주교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정치적인 소용돌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해였다. 일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잇따라 다른 사건들이 터졌다"며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그대로 묻히고 잊히지 않도록 언론에서 늘 보도하고 환기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3년간 사목 방향을 '가정의 해'로 선포하고 실천해왔던 광주대교구는 내년부터 3년간 '본당의 해'로 선포, 가정의 안정된 삶의 힘을 보다 큰 공동체 안에서 실현하고 세대별 다른 가치관을 틀린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
김 대주교는 이에 따라 광주·전남 노숙인 1천여명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돕기 위한 나눔 문화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고, 나아가 대북 교류 등을 위해 민간·7대 종단과 함께 노력할 방침이다.
<연합>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