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올해 국내 악단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BBC 프롬스에 초청받아 현지의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향 제공 |
지난 8월 영국 런던 로열앨버트홀에서 차이콥스키의 ‘비창’ 마지막 음이 멈추자 열렬한 박수가 터져나왔다. 세계적 음악축제인 BBC 프롬스 자리였다. 긴장이 풀린 서울시향 단원들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국내 악단이 본고장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순간이었다. 서울시향은 국내에서는 처음, 아시아 악단으로는 일본 NHK심포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BBC 프롬스에 초청받았다. 서울시향을 비롯해 지난 세월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국내 악단들이 올해 연이어 해외 무대를 밟았다.
서울시향은 8월 말 유럽 4개국 주요 음악축제에 초청받았다. 핀란드 투르쿠 뮤직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 이탈리아 메라노 뮤직 페스티벌, 영국 런던 BBC 프롬스 무대에 섰다. 혼신의 힘을 다한 연주에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부천필은 지난 25년간 쌓아온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8월 말 유럽 순회공연에 나섰다.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홀, 독일 뮌헨 헤르쿨레스홀,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골든홀에 섰다. 수원시향도 해외로 눈을 돌렸다. 2월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체코 프라하, 독일 뮌헨 순회공연에 이어 9월에는 이탈리아 메라노 국제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받았다.
발전한 실력답게 국내에서도 충실한 무대를 선보였다. 서울시향은 9월 ‘니벨룽의 반지’를 시작으로 바그너 반지 리사이클의 대장정에 올랐다. 3월 미셸 플라송이 지휘한 ‘환상교향곡’, 같은 달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봉을 잡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등도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울시향은 올해 유료 관객 점유율 92%를 기록했다. 그러나 연말에 터진 박현정 대표의 막말·성희롱 파문은 악단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신임 예술감독으로 성시연 지휘자를 임명하고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등을 통해 재도약에 나섰다.
해외 유명 교향악단의 내한도 이어졌으나 양과 질에서 예년과 큰 차이는 없었다.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앨런 길버트의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독일 쾰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스위스 양대 악단인 스위스 로망드·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대니얼 하딩이 이끄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13년 만에 내한한 체코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주요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이 아닌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올랐음에도 뛰어난 음색과 실력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해외 연주자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은 3월 내한한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에게 쏟아졌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3층까지 빼곡히 들어찼고, 키신은 흡입력 강하고 아름다운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머레이 페라이어, 미하일 플레트네프 등도 관객과 행복하게 조우했다. 성악가 홍혜경은 4년 만에 리사이틀을 열어 50대에도 변함없이 세계적인 실력을 선보였다.
![]() |
유니버설발레단(UBC)은 창작발레 ‘춘향’을 대폭 수정해 내놓으며 한국 전통과 서양 발레의 행복한 결합을 이뤄냈다. UBC 제공 |
올해 무용계의 키워드는 새로운 시도였다. 국립발레단은 지난 2월 강수진 단장 취임 후 처음으로 네오클래식 ‘교향곡 7번’, 모던발레 ‘봄의 제전’을 올려 주목받았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UBC는 세계적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멀티플리시티’로 호평받았다. 창작 발레인 ‘춘향’도 대폭 수정해 내놓으며 우리 고유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국립무용단은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 안무가와 협업해 만든 ‘회오리’, 현대무용가 안성수가 참여한 판타지 무용활극 ‘토너먼트’로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회오리’는 내년 프랑스의 세계적 무용축제인 칸 댄스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돼 무용 한류의 가능성을 성큼 열어보였다. 오페라계는 무난하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 국립오페라단은 3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돈조반니’, 4월 ‘라트라비아타’, 11월 ‘오텔로’ 등을 무대에 올렸다. ‘라트라비아타’는 성악진의 고른 기량과 세련된 연출이 돋보였으나 세월호 참사와 맞물리며 주목받지 못했다. 민간 단체인 수지 오페라단의 ‘카르멘’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