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전투기 형상. |
대한항공이 유럽 항공업체인 에어버스와 공동으로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 도입사업인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에 참여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우세한 것으로 전망됐던 KF-X 사업에서 대한항공이 강력한 파트너를 확보하면서 업체간 치열한 각축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4일 “지난 2일 오후 에어버스 한국지사에서 열린 양측 회사간 화상회의에서 KF-X를 공동개발하는데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에어버스는 KF-X에 대한 투자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에어버스측은 대한항공과 KF-X 개발 파트너십을 맺는 것을 놓고 심도 깊은 검토를 거친 끝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작년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KF-X 사업에 참여할 준비를 해왔다. 다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T-50 훈련기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KAI에 맞서기 위해서는 해외 업체와의 기술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측면에서 에어버스의 참여는 전투기 제작 및 기술 측면에서 열세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대한항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T-50 훈련기(자료사진) |
군 관계자는 “공군은 쌍발 엔진을 탑재한 KF-X를 원한다”며 “에어버스는 유로파이터를 개발한 업체로 쌍발 전투기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반면 KAI는 물론 KF-X 사업에서 해외 기술협력업체(TAC)로 선정된 미 록히드마틴 역시 쌍발 전투기 개발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미 정부의 기술이전 통제를 받는 미국 업체에 비해 유럽측은 상대적으로 통제 강도가 약해 핵심 기술이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KF-X 개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자금력과 조직력, 에어버스의 기술력이 결합되면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KF-X 사업 수주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보잉과 파트너를 맺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보잉은 KF-X 대신 공중급유기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이같은 움직임에 맞서 KAI 역시 연구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T-50과 수리온 헬기 개발 경험을 앞세워 KF-X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KAI 하성용 사장은 지난달 28일 사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T-50(고등훈련기)을 개발할 때 전력화 시기를 맞췄고, 수리온(헬기) 개발 때도 2006년 개발에 착수해 6년 만인 2012년 전력화에 성공했다”며 “KAI의 1400명에 달하는 엔지니어들이 20개에 가까운 모델을 개발했기 때문에 T-50을 개발할 때보다 인프라가 좋다”고 강조했다.
KF-X 개발사업의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오는 9일 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개발업체 선정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F-X는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와 F-5를 대체하기 위해 공군의 KF-16 전투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8조8000억원 가운데 60%는 우리 정부가 투자하며, 나머지는 인도네시아(20%)와 국내외 참여업체(20%)가 부담한다. 양산비용과 운영유지비를 합치면 2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개발에만 10년6개월이 소요되며 기체 개발에 8조1000억원, 무장 개발에 7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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