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화재청 ‘독립운동 문화재 목록화’ 의미

‘시간·공간·내용’ 기준으로, 유물 1133건 3등급 분류

단국대 천안캠퍼스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3∼10월 실시한 ‘근대문화유산 항일독립운동분야 목록화 조사 연구’는 291개 기관과 개인소장의 유물을 처음으로 전수조사해 가치에 따라 등급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조사팀이 파악한 유물 1133건을 가치가 높은 것부터 A(54건)·B(227건)·C(852건) 등급으로 분류했다. A등급은 독립운동과 직접 관련된 유물 가운데 사료 가치가 높거나 희귀하고, 보존 상태가 좋은 것이다. 지난 10일 문화재위 근대문화재분과에서 등록문화재 우선 검토 대상으로 정한 10건이 여기에 속한다. B등급은 독립운동가가 사용했거나 남긴 유품이나 유묵, 문서, 주요 단체가 생산한 포고문 및 선언서, C등급은 독립운동가의 유품이지만 독립운동 관련성이 적거나 일상적인 내용이 담긴 일반서적, 편지, 전보 등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유물 리스트가 정리됨에 따라 등록문화재 중 독립운동분야 유물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657건의 등록문화재 중 독립운동분야 유물은 23건에 불과하다. 조사팀을 이끈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한시준 원장은 “소장기관 중에는 전문가가 없어 유물의 의미, 사용자, 출처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곳이 꽤 많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독립운동분야 유물을 문화재로 등록할 때 적용할 시간적, 공간적, 내용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시간적으로는 1895∼1945년 8월 생산된 유물을 대상으로 했다. 1895년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으로 을미의병이 봉기한 때이며 1945년은 광복을 맞은 해이다. 공간적으로는 국내로 한정했다. 예산의 문제 등으로 해외에 있는 자료를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료로 가치가 있거나 희귀한 유물이어야 한다는 점은 내용적 기준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연구팀의 제안에 대해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강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