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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송백후조(松柏後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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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9 21:44:57 수정 : 2015-03-09 21: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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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이로움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숲은 자연 자원의 곳간이자 맑은 산소를 공급하는 공장이다. 물을 저장해 둘 수 있는 거대한 녹색 댐이고, 소음과 바람을 막아주는 방음 방풍의 역할과 여러 재해를 방지해주며,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다. 그러하기에 숲은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고이 전해줘야 할 고귀한 유산이다.

‘국어 주어(國語 周語)’는 “만약 나무가 다 베어지면 수풀이 없어지고 연못이 마르며, 백성들의 노력이 시들어, 논밭마저 황폐해진다”며 “자원이 결핍되면 군자가 어찌 즐거워하며 편안할 수 있겠는가(資用乏? 君子何樂)”라고 반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숲을 이루는 나무 중 가장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나무는 무엇일까. 소나무다. 소나무로 기둥하고 대들보 올린 집에서 태어나고 태어난 아기를 위해 솔가지를 매단 금줄을 쳐서 나쁜 기운이 들어오는 걸 막았다. 소나무 장작불로 지은 밥을 해 먹었으며 그 불로 온돌을 따뜻하게 해서 살았다. 송판(松板)으로 가구를 만들었으며, 송편을 해 먹었고 솔잎주와 꽃가루로 빚은 송화주(松花酒)를 즐겼다. 구황이 들 때는 소나무 속껍질 송기(松肌)를 벗겨 떡을 만들고 죽도 쑤어 먹었다. 그러다, 생을 마친 뒤 소나무로 짠 관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써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나무에게 신세를 졌다.

한편 선비들은 소나무의 푸른 빛깔 송취(松翠)와 소나무 그림 병풍을 펼쳐 두고 즐겼다. 윤선도는 ‘오우가(五友歌)’에서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고 소나무의 곧은 절개를 선비정신에 빗대었다. 이에 앞서 공자는 “날이 차가워진 연후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듦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고 칭송한 바 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머잖아 국내 소나무가 멸종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격적이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우리 민족의 기상을 드높이기 위해서 소나무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겠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松柏後凋 : ‘소나무와 잣나무는 나중에 시든다는 내용으로 선비의 곧은 지조’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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