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감 한달 이상 지속땐 주의 필요
잠복성 질환 발병… 증상 악화될 수도
충분한 영양섭취·운동이 최상 대처법
봄이 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건강한 이들도 몸이 나른해지며 졸음이 몰려오고 하품을 자주 하게 된다. 이 같은 계절성 피로감을 ‘춘곤증’이라고 한다. 피로감은 과다한 업무로 과로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증상이다. 하지만 춘곤증은 특별한 요인이 없는데도 나타나기도 한다. 환경 적응을 위한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지만 피로감이 오래갈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평소 드러나지 않던 잠복성 질환들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앓고 있는 만성 질환들이 악화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 봄철 건강을 위해 춘곤증으로 대표되는 봄철 피로에 대해 살펴봤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춘곤증은 1∼3주가 지나면 없어진다.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로감이 지속한다면 다른 질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
춘곤증이 의학용어는 아니다. 봄철 많은 사람이 느끼는 피로 증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성균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에 따르면,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불균형이 춘곤증의 첫째 원인이다. 겨울철에는 추위라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인체에서 항스트레스 호르몬인 부신피질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고 각종 비타민들이 소비된다. 하지만 봄철 일조시간이 길어지고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추위에 적응하던 생리적 변화가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또 다시 많은 부신피질 호르몬을 필요로 한다. 체내에 각종 비타민이 모자라는 상태에서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될 수 없어 적응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요즘처럼 겨울철에도 신선한 채소 등이 풍부해 각종 비타민을 비롯한 영양분 섭취가 충분하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론 신체 기능 부조화를 꼽을 수 있다. 겨우내 추운 날씨 탓에 신체 운동량이 모자라고 결과적으로 몸 각 부위 근육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봄에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활동량이 많아지면 신체 기능 부조화로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일상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봄이 되면 졸업, 취직, 전근, 새로운 사업의 시작 등 생활 변화가 많기 마련이다. 이것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종 질환이 피로 원인일 수도
피로감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은 여럿이다. 운동부족, 좋지 않은 수면습관, 비만, 지나친 흡연·음주 등이 대표적이다. 피로를 유발하는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이런 나쁜 습관들을 개선하는 게 좋다. 당뇨, 갑상선 기능저하증, 빈혈 같은 각종 질환이 피로감 원인일 수도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 결핵, 심부전증, 신부전증, 류머티스성 질환, 에이즈, 수면무호흡증, 알레르기성 질환, 각종 암도 초기에 다른 증상 없이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증도 피로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질환보다 실질적으로 피로를 유발하는 것은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적절한 휴식만이 해결책이 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1∼5%는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만성 피로 증후군, 특발성 만성 피로, 섬유근통 증후군 같은 질환이 피로의 원인일 소지가 있어 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고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피로가 한 달 이상 지속하면 각종 질환의 전조증상이나 정신적 원인, 약물 등에 의한 증상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 진단을 통해 확실한 원인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각 원인에 따라 휴식과 생활습관 개선, 운동요법, 약물요법, 행동요법 등을 적용하면 완치되거나 상당 부분 호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춘곤증은 생활습관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처법도 생활습관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충분한 영양 섭취다. 특히 우리 신체의 여러 가지 생리 리듬과 각종 스트레스 대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신피질 호르몬 생성에 관여하는 비타민C는 필수적이다. 이밖에도 각종 비타민군과 단백질, 칼슘 등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아연, 마그네슘과 같은 무기질도 빼놓을 수 없다.
규칙적인 운동도 봄철 피로를 해결하는 데 매우 긴요하다. 조깅, 산책, 줄넘기 등의 유산소운동을 하루 20∼30분씩 일주일에 3∼5회 정도 하는 것이 봄철 컨디션 조절에 효과적이다. 이처럼 가벼운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고, 근육 이완과 혈액 순환 증진 효과도 있어 피로 해소에 좋다. 사지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스트레칭, 맨손체조, 요가 등을 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생체 리듬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피로 회복법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휴식과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고 따뜻한 물에 자주 목욕을 자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