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 스님은 “좋은 인연은 언제나 맑은 마음속에서 싹트고 도래한다”고 들려준다. |
오대산 월정사 정념 스님이 새 봄을 닮은 상큼한 에세이 한권을 들고 서울 나들이를 나왔다. 지난 15일 서울 사간동에서 스님에게 건네받은 책은 글과 사진의 비율이 1 대 1 대칭을 이뤄 보기 드물게 청량함을 안긴다.
‘오대산 정념 스님이 들려주는 행복한 불교 이야기’ 표지. |
신간 ‘오대산 정념 스님이 들려주는 행복한 불교 이야기’(담앤북스)는 정념 스님이 2004년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 주지를 맡은 이래 법당에서 행한 법문과 뉴스레터 ‘오대산 향기’에 소개된 글 가운데 58개를 엄선해 요약정리하고 있다. 월정사 교무국장이자 능인불교대학원대학교 자현 스님이 글을 엮었고, 월간 ‘샘이깊은물’ 사진기자 출신 하지권씨가 사진을 맡았다. 길게 늘어지는 소리에 식상한 독자를 의식한 듯 글도, 사진도 시원시원하게 편집돼 있어 눈에 쏙 들어온다.
정념 스님은 처음 펴냈다는 이 책에서 시종 보시와 수행을 권면한다. 글은 저마다 삶을 윤택하게 하고, 행복으로 이끄는 힘을 지니며, 짧지만 긴 여운을 준다.
“보시와 수행이야말로 복의 근원이지요. 자기 삶은 물론, 세상을 맑고 밝게 가꾸는 최상의 행위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가르침 속에는 세상과 함께 아파하고 세상을 감싸 안는 따뜻함이 스며있다. 특히 스님의 청청한 기상과 시대를 읽는 안목은 삶의 근실한 원동력이 된다. 엮은이 자현 스님이 머리 말에서 “교구장 중에서 수행과 행정을 겸비한 분은 일제강점기 때 본사 제도가 생긴 이래 (정념) 스님이 유일하다”고 밝혔을 정도로 정념 스님의 투철한 수행 자세는 정평이 나 있다. 오대산과 월정사 풍광을 담은 사진들은 글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사색을 자극한다.
정념 스님이 경복궁 뜰을 거닐며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얻을 수 없으니 항상 미래를 생각하며 본래 성품을 보도록 하라”고 권면하고 있다. |
“구름이 그려 놓은 다변의 흐름 속을/진실이 무엇인지 세상이 흘러가네/한줄기 천지가 합하고 사방이 사라진 곳/너와 나 찾아 헤맨 고향의 소식이여!/문득 고개들어 바라보니/흘러가는 구름은 아름답기만 하구나.” 스님의 선시 10여 수를 읽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