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미시시피주립대의 한 강의실. 한창 수업이 진행되고 있던 그때, 어디선가 베이컨 굽는 냄새가 솔솔 퍼지기 시작했다.
‘베이컨’의 존재를 알아차린 학생들은 칠판에서 눈을 떼 주위를 둘러봤고, 강의실 정중앙에 앉아 조용히 베이컨 굽는 한 남학생을 발견했다.
수많은 학생 사이서 경건히 베이컨을 구운 학생은 로만 에르하르트였다. 그는 책상에 책 대신 소형 그릴을 올려놓았으며, 휴대전화 충전용으로 달린 콘센트에 전선을 연결, 그릴을 예열하더니 이내 베이컨을 하나둘씩 올려놓았다.
강의실은 순식간에 지글거리는 베이컨 냄새로 가득 찼다. 학생들은 조금씩 침을 꿀꺽 삼켰고, 베이컨과 하나 된 에르하르트의 손끝만 쳐다봤다.
놀랍게도 당시 수업 중이던 교수는 에르하르트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도 일부가 베이컨 굽는 에르하르트의 모습을 사진 찍을 뿐, 누구 하나 나서 말리지 않았다.
수업 중 베이컨을 구운 에르하르트의 사진은 공개되자마자 학생들의 비난을 받았다. 많은 이들은 다른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은 그의 행동을 지적했다. 다만 몇몇 학생들은 에르하르트의 행동이 옳지 않으나, 어쩐지 재밌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 에르하르트는 사회적 공감능력이 아예 없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수많은 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면서까지 강의실에서 베이컨을 구운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에르하르트는 같은 학교의 항크 플릭 교수가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듣고 있었다. 소규모 학생들만 참여한 해당 수업에서 플릭 교수가 “사회적 규범에 반(反)하는 행동을 하라”며 과제를 냈는데, 에르하르트가 평소 잘 알고 지낸 니콜슨 교수에게 방법을 물었다가 '수업 중인 강의실에서 베이컨을 굽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들은 것이다.
에르하르트는 자신의 과제를 끝낸 뒤 트위터에서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사연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희귀한 광경을 목격했던 학생들은 에르하르트를 가리켜 ‘영웅’이라고까지 일컫고 있다.
한편 에르하르트가 강의실에서 베이컨을 구웠다는 소식을 접한 니콜슨 교수는 자리에서 박장대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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