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가치 등 꼼꼼히 따져봐야 최고 경쟁률 수십대 일로 청약이 마감됐다는 소식을 접하면 큰 관심이 없던 투자자라도 눈길이 쏠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무슨 일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모이는 거지’라는 호기심은 같은 지역 내에 다른 청약이라도 찾아볼까 싶은 투자욕구를 자극한다. 청약 경쟁률과 관련해 투자자들은 분위기를 타기보다 깊이 있는 성찰을 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견본주택에 2만여명이나 몰리면서 흥행몰이를 했던 모 건설사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최고 49대 1, 평균 3.5대 1로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일반 분양분 1085가구 중 150여가구가 아직 분양 중이다. 서울 4대문 안에 자리 잡은데도 미분양에 그친 가장 큰 원인은 분위기에 편승해 해당 상품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계약했다 나중에 포기하는 ‘묻지마 청약’이다. 계약을 포기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세몰이에 현혹돼 이것저것 따져보지 못하고 덜컥 최종계약이라도 한 청약자라면 미분양 소식에 밤잠을 설칠 것이다.
이런 현상이 비단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라 상가 투자에서도 비일비재한 만큼 경계해야 한다. 현장 분위기에 편승하는 사례는 또 있다. 주상복합아파트를 공급하면서 견본주택에 몰린 군중과 청약 경쟁률 여세를 몰아 상가 분양까지 이어가는 일이 적잖다. 상권의 입지가치나 상가 효용성 등을 따져보기 전에 유명 건설사의 인기분양 상품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한 결과다. 청약률이 계약률을 의미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아파트와 상가는 부동산 가치가 동일하지도 않은 점을 간과한 투자로 낭패를 보게 된다.
또 다른 사례는 상가의 경쟁입찰 공급 시 일어난다. 민간 공급 상가가 대부분 투찰로 진행되면서 현장 분위기에 좌지우지되는 일이 생겨난다. 상품에 대해 보다 꼼꼼하게 분석해 전략을 세우는 데는 게을리한 채 현장 분위기가 어떤가 싶어 참고하려다 도리어 군중몰이에 압도되는 일은 투자자로선 경계해야 한다.
신청금 입금을 종용하는 마감임박 전략에도 현혹돼서는 안 된다. 아파트 청약금처럼 신청금을 넣어두었다가 계약을 포기하면 돌려받는다. 투자자가 고민 끝에 신청금 환불요청을 하면 자금관리회사 등을 통해 통장으로 돌려주는 게 대다수지만, 일부에서는 차일피일 미루거나 현장을 직접 찾아야만 주겠다며 투자자를 설득할 빌미를 만들기도 한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 투자 노하우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아파트는 청약제도로 분양률 집계 등이 공식적으로 이뤄지지만 상가는 그렇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