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과 닮았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수감생활을 한 50대 남성이 29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고 세상에 발을 내딛게 됐다.
영국 미러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에 살던 마이클 케네스 맥앨리스터는 지난 1986년 2월 성폭행 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경찰은 그가 아파트 세탁실에서 한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 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맥앨리스터는 성폭행을 시도하지 않았다. 다만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과 그의 얼굴이 비슷해 경찰이 맥앨리스터를 용의자로 판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몽타주 리스트를 제시한 경찰 앞에서 피해자 여성이 맥앨리스터의 얼굴을 지목하면서 꼼짝없이 감옥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무죄를 주장한 그의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졌고, 30년 가까운 세월을 억울한 옥살이로 흘려보내고 말았다.
맥앨리스터의 혐의는 ‘진짜’ 성폭행범이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으면서 모두 벗겨졌다. 최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노만 브루스 데어가 1986년 발생한 성폭행 미수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밝히면서 맥앨리스터의 억울한 옥살이도 끝나게 됐다.
맥앨리스터의 무죄 판결이 내려진 지난 13일(현지시각), 그의 여동생은 기쁨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맥앨리스터의 여동생 데니스 하스는 “정말로 기뻐 눈물이 흘렀다”며 “너무 크게 울어 오빠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 테리 매콜리프는 “모든 관계자들이 재판 관련 서류를 검토했다”며 “맥앨리스터의 범행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진짜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음으로써 그의 석방이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버지니아 교도소 측도 뒤늦게 누명을 벗게 된 맥앨리스터를 축하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당국이 그의 무죄를 인정해줘 기쁘게 생각한다”며 “쉽지 않은 석방 결정이었을 텐데도 재빠른 판단을 내린 당국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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