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의 잠수함이 물살을 시원하게 가르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3일 예비역 해군대령으로 현재 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임모(56)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임씨는 해군 214급 잠수함 인수평가대장으로 재직하던 2007∼2009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14급 잠수함의 핵심 장비인 연료전지가 수시로 가동을 멈추는 등 결함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냥 인수하기로 결정해 해군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은 잠수함 인도가 늦어지는 경우 1일당 약 5억8000만원의 지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예비역 해군 장성을 ‘로비스트’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의 해사 선배로 전역 후 현대중공업으로 옮긴 임모(68) 전 상무가 주인공이다. 임 전 상무는 임씨와 만나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결함 사항을 문제삼지 않는 등 편의를 봐달라”는 요구를 전했고, 임씨가 이를 받아들여 연료전지의 결함을 문제삼지 않은 채 그냥 인수했다는 것이 합수단의 수사 결과다.
임씨가 214급 잠수함 인수평가대장으로 있는 동안 인수한 잠수함은 총 3척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214급 잠수함은 3∼4일 정도 수중에 머물 수 있는 기존 209급 잠수함보다 훨씬 오래 잠수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성능”이라며 “하지만 연료전지에 결함이 있는 214급 잠수함이 인도되면서 해군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구형 209급 잠수함처럼 운용해야 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임씨가 대령을 끝으로 해군에서 전역한 뒤 현대중공업에 재취업했다는 점이다. 합수단은 재취업 자체가 사실상 뇌물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해 조만간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까지 적용해 임씨를 추가기소할 계획이다.
합수단은 또 임씨에게 “인수평가를 대충 해달라”는 청탁을 하고 전역 후 현대중공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힘을 써준 임 전 상무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임씨의 범행을 곁에서 도운 국방기술품질원 연구원 이모(48)씨와 해군 잠수함사령부 승조원 허모(52) 준위는 불구속 상태에서 이날 임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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