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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통치와 광복 후 남북분단 등 근대사를 주체적으로 설계해 보지 못한 우리 사회는 그동안 서구 이데올로기의 실험장이 되거나 민주화 과정의 혼란과 국론분열로 어느 대통령을 국민이 다 함께 존경해 본 경험이 없다.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는 풍토는 그 자체가 분열이고 민족적 불행이다. 대통령에 대한 존경이야말로 가장 실효적으로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힘인데도 우린 지금도 대통령들에 대해 지역별·계층별로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리는 그동안 당파적 시각으로 대통령을 보아왔다. 특히 긍정보다는 부정하는 태도가 앞선 것 같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아니면 어떻게 오늘의 우리가 있으며, 경제개발이 아니면 어떻게 오늘의 국가적 부가 있으며,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아니면 어떻게 통일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겠는가. 권위주의적 정치를 청산하지 않으면 어떻게 민주주의가 이 땅에 자리 잡았겠는가.

플라톤에 따르면 선악이라는 것은 없고, 어떤 사물이나 인물이든 좋은(good) 면과 나쁜(bad) 면이 있다. 선악으로 판단하는 것이 국민정서라고 하지만 너무 편향되어 있다. 객관적·균형적으로 역사를 바라볼 시기가 됐다. 시대적으로 어떤 대통령이 뽑히고 등장하였건 역사운명적인 사건이다. 각 대통령은 국가적 상황과 국민적 수준의 결정이었다고 보는 편이 국민 분열을 치유하는 처방일 것이다. 국민 화합의 첩경은 내가 싫어하는 대통령에 대해 존경할 점을 찾는 데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역대 대통령 테마 공원으로 새로 단장했다. 오늘 ‘대통령 기록사업 준공 기념식’이 열려 실제 청와대 본관을 60% 축소한 모양인 대통령 기념관,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10명의 업적과 생애를 담아낸 300호 크기의 초대형 그림인 ‘대통령 역사 기록화’, 온화한 대통령의 모습을 자아내는 역대 대통령의 동상 등을 공개한다. 250cm 높이인 동상 제작은 광화문 세종대왕 조각상으로 유명한 김영원 작가가 맡았다. 김씨는 “처음 이승만 대통령상 제작을 의뢰 받고 독재로 물러난 대통령이라는 선입감 때문에 스스로도 고민에 빠졌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많은 글과 책들을 검토한 결과, 참으로 외교의 천재로 그 시기에 적절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등 다른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이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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