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시험 응시 취소로 피해를 입은 취업준비생들이 토익 주관사 YBM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의 결론이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청년유니온,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10일 공동으로 낸 보도자료에서 1, 2심의 원고 패소 판결에 불복해 토익 응시 피해자들과 함께 부득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서 “매회 약 15만 명, 1년 200만명이 넘게 응시하는 토익 시험은 3일 전까지 시험장 준비·문제지 배송 등이 확정되지 않아 접수 취소가 생겨도 응시좌석 재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최 측인 YBM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YBM은 토익 응시생의 시험 접수 취소 시 취소 수수료를 명목으로 응시료의 일부인 40% 혹은 60%만 환불함으로써 그동안 커다란 부당이득을 취해 왔다”고 주장했다.
청년유니온 등에 따르면 토익 시험 정기 접수 기간은 전달 시험 성적 발표일 이전에 완료된다. 앞선 달의 시험 성적을 알 수 없는 응시자들은 다음 시험을 일단 접수하고 성적에 따라 응시를 취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상당수 취업 준비생은 “성적이 걱정되어 다음 시험에 정기 접수한 이들이 취소를 하게 되면 부당하게 환불수수료를 과도하게 떼이고, 그것이 싫어서 성적 결과를 보고 나서 또 뒤늦게 시험을 접수하게 되면 특별 추가 접수 기간이라 응시료의 10%를 더 내야 하니, 이보다 더 부당한 일이 세상 어디에 있느냐”고 하소연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2015년 3월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복수 응시자를 포함해 총 1219만명이 토익 시험을 치렀고, 응시료만 무려 4842억원에 달했다. 현재 토익 정기접수 응시료는 4만2000원으로 고정 수입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이 부담하기 버거운 실정이다.
현재 토익은 국내에서 취직이나 취업, 또는 승진 조건을 취득하기 위한 거의 필수적인 시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YBM의 2012년 수험생 조사에 의하면 시험 접수자의 76%는 연간 2회 이상 비싼 응시료를 내며 토익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한 해 약 200만명에 이르는 한국 응시자가 전 세계 응시자의 약 3분의 1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유니온 등은 “취업준비생 등 상대적 약자를 상대로 한 시험 장사는 문제가 있고, 토익 주관사의 행위는 명백한 ‘갑질’에 해당한다”며 YBM 측에 시정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요지는 “토익시험 응시료 환불 규정은 대표적 불공정 약관이므로 1인당 1만∼2만원 등 총 1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1심은 2014년 8월, 항소심은 올해 4월 나란히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YBM의 손을 들어줬다.
1·2심 재판부의 논리는 “토익 시험의 응시 인원, 회수에 따라 시험 관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한 해 200만명에 달하는 토익 응시자들의 고충과 부담을 법원이 제대로 헤아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고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위민 한경수·임영환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토익 외의 다른 취업 관련 및 자격 시험의 환불 규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법부는 불공정 약관으로 부당이득을 취해온 기업 편들기를 중단하고,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취업준비생과 토익 시험 응시자를 구제할 수 있는 이 엄중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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