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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쓰레기더미에 병역고지서 분실…병역기피로 수형생활 20대

입력 : 2015-06-09 15:43:05 수정 : 2015-06-09 15: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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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병적으로 쓰레기에 집착…주변 도움에 집행유예 석방 母子 재회 어머니가 집안에 쓰레기를 쌓아 둬 병역고지서와 법원출석요구서 등을 분실, 징역형을 받고 교도소 생활을 하던 20대가 주위의 도움으로 풀려나 어머니와 재회했다.

A(58·여)씨는 저장강박증(호더스 증후군) 장애로 집안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 두고 살고 있었다.

공무원들이 3년마다 모두 3차례에 걸쳐 대청소를 해주기도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1t 트럭 한 대, 100ℓ 쓰레기봉투 50장 분량의 쓰레기는 어김없이 다시 집안을 매웠다.

그러던 지난 4월 6일 오후 9시 40분께 쓰레기가 쌓인 집안으로 모르는 남자 두 명이 불쑥 들어와 아들(27)을 붙잡아 데리고 나갔다.

A씨는 아들을 누가, 왜 잡아갔는지 모른 채 불안에 떨며 "아들이 사라졌다"고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털어놨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공무원은 경찰 등에 신고하는 등 수소문한 결과, A씨 아들이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의 실형을 받고,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을 어렵사리 알아냈다.

아들 또한 지적 장애가 있어 성년이 되면 병역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살았다.

특히 병무청이 발송한 징병검사서, 입영고지서 등이 고스란히 어머니가 집안에 쌓아놓은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확인할 수 없었다.

또 등기로 온 법원의 출석요구서는 어머니가 막연한 두려움에 집안 대문을 열어주지 않아 송달되지도 못했다.

결국 A씨 아들은 본인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지난해 11월 징역 10월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뒤늦게 붙잡혀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의 행방을 전혀 몰랐던 A씨는 공무원의 도움으로 교도소의 아들과 면회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사람들에게 닫은 마음을 조금씩 열고 아들의 석방을 위한 희망을 품었다.

광주 서구 금호 1동 주민센터는 A씨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국선변호사 선임 과정부터 항소 재개 등 모든 절차에 발벗고 나섰다.

눈물어린 모정과 주위의 도움으로 A씨 아들은 수형생활 58일 만인 지난 2일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돼 풀려났다.

지난 1994년 남편이 숨진 뒤 서로 의지하던 혈육인 아들과 재회한 A씨는 이제는 대인기피증으로 거부했던 기초생활수급혜택도 다시 받는 등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회생활인으로서 의지를 다지고 있다. A씨 가족을 도운 금호 1동 주민센터는 복지단체와 함께 A씨 집 대청소 계획을 짜고 있다.

또 A씨의 아들에 대해서는 직업훈련 등 사회복무형태로 병역이행을 도울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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