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출신 방송인 고영욱(37)이 10일 만기출소한 가운데, 그 어떤 연예인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는 '자숙의 시간'에 들어갔다.
고영욱은 이날 오전 8시20분쯤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를 나왔다. 초췌하고 수척해진 모습의 그는 취재진 앞에 몸을 90도로 숙여 일명 '폴더인사'를 한 후 "모범이 돼야 할 연예인이었던 사람으로서 큰 물의를 일으킨 것 다시 한 번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또한 "2년 반 동안 내 삶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부터 감내하고 살아야 할 것이 있겠지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신중하고 바르게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방송 복귀 계획'을 붇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고영욱의 출소를 지켜보며 그동안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던 연예인들의 '형집행→자숙→복귀'라는 일반적 패턴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동안 마약, 폭행, 도박, 병역기피,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의 자숙 기간을 가진 후 활동을 재개했다. 자숙 후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한 연예인들도 물론 있지만, 전보다 더 승승장구하는 연예인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부끄러운 과거'는 연예인으로서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됐고, 10~20년이 지나도 회자되고는 한다. 연예인들이 사생활에서도 '공인'으로서 더 조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얼마 전 개그맨 출신 방송인 이수근이 방송에 복귀했다. 불법도박으로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2년 만인 지난달 15일 케이블 채널 KBS N Sports '죽방전설' MC로 나섰다. 방송가에서 바쁘기로 손에 꼽을 정도로 '잘 나갔던' 그에게 자숙의 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 역시 '인생공부'를 할 수 있었고, '개그맨'이 인생의 길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의 예정된 수순 같았던 복귀를 두고 온라인상에 갑론을박이 일었다. 2년이란 시간이 적당했다는 의견, 반대로 너무 짧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앞서 같은 불법도박 파문으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던 붐, 양세형, 앤디가 복귀와 동시에 비난에 시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팬 혹은 네티즌이 먼저 나서 자숙기간을 줄여주려는 움직임도 있다. 방송인 노홍철은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MBC '무한도전' 등 프로그램을 줄줄이 하차했다. 8개월째 자숙하고 있는 그는 간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사진으로 근황이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그의 복귀를 바라는 팬들과 네티즌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 앞서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은 노홍철을 '그 녀석'이라고 언급했고, 많은 네티즌들은 프로그램 내 노홍철의 자리가 허전하다며 하루빨리 '그 녀석'의 복귀가 이뤄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누구에게는 2년, 또 다른 누구에게는 8개월일 수 있는 자숙의 시간. 그렇다면 고영욱의 경우는 어떨까. 대다수의 방송 관계자들은 '글쎄…'라며 그의 방송 복귀 가능성을 '0'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고영욱처럼 심각한 성범죄를 일으킨 케이스가 연예계에 많지 않기 때문에 쉽게 추측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성범죄에 연루돼 지상파 방송 출연 정지는 물론, 10년 넘게 숨어 지내다시피 해야 했던 몇몇 연예인들이 있다. 특히 고영욱은 연예인 '최초 전자발찌 착용'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돼 그 누구보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게 몇 년 후가 될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 일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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