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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기후변화·끊임없는 국제분쟁·10년마다 금융위기… 왜?

입력 : 2015-07-11 08:08:32 수정 : 2015-07-11 08: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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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으로 혼돈의 세계정세 풀다
하름 데 블레이 지음/유나영 옮김/사회평론/2만원
왜 지금 지리학인가/하름 데 블레이 지음/유나영 옮김/사회평론/2만원


2000년대 들어 지구촌이 극심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점점 더 폭력적인 테러단체가 준동하면서 세계에서 크고 작은 국제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거의 10년마다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세계 경제는 휘청거린다. 그리스 사태는 유럽 경제를 수렁으로 밀어넣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제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밀접하게 연결돼 상호작용을 하고 있어서다.

“세계는 평평하다”는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이 지금처럼 실감난 적이 없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신간 ‘왜 지금 지리학인가’는 이에 대한 나름의 답을 구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하름 데 블레이(1935∼2014)는 세계 정세를 해석하는 틀로 지리학을 제시한다. 지명이나 국명을 표시하는 지도책으로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저자는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 종신회원이자 ABC TV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의 지리학 에디터로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차분히 논리를 전개한다.

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 영국 등 군사대국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무자비한 테러다. 군사적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사고들이 일어난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자살폭탄테러를 군대를 투입해 제압할 수도 없다.

저자는 특히 아프리카에서 상습화한 테러리즘은 지리학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884년 열강들은 프로이센 수도 베를린에서 가진 회의에서 아프리카 분할을 결정할 당시 동과 서를 가로질러 선을 그었다. 이 구분선이 아프리카의 ‘이슬람 전선’(Islamic Front)이다. 일종의 종교선이다. 한 나라를 종교적으로 쪼개놓은 선이다. 선교를 위한 편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원을 겨냥한 분할이었다. 당시 아프리카는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 북쪽에는 이슬람 세력이, 남쪽엔 기독교 세력이 득세했다. 가장 피해를 본 나라는 수단이었다. 수단 독립 당시 북부의 무슬림 정부는 기독교도가 다수인 남부 지역과 내전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수단은 2011년 국민투표로 수단과 남수단으로 분리되었다. 애초 종교적으로 쪼개놓지 않았으면 서로 싸울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리학이 지정학적 위협과 각종 재해와 테러 등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이해의 틀로 주목받고 있다. ① 2012년 기후변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폭우로 이탈리아 로마 인근 오르테 마을이 물에 잠겼다. (텔레그래프 제공) ② 지난 2월 국제적 테러조직인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 대원들이 이집트 콥트교도들을 집단 살해하는 동영상의 한 장면.(세계일보 자료사진) ③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 찬반 국민투표를 앞둔 지난 2일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키에서 시위자들이 유럽연합(EU)기를 들고 ‘찬성’ 투표를 촉구하는 모습. (테살로니키=AP연합뉴스)

나이지리아에서는 지금도 무슬림이 다수인 북부와 기독교도가 많은 남부 사이에 정치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 나라도 종교선에 희생된 나라다. 2009년 이슬람 테러단체 보코하람이 등장하면서 나이지리아의 테러는 확산세에 있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문제는 대부분 인문지리학적 관점을 무시한 열강들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우리에게도 지리학의 새로운 개념이 절실하다. 예컨대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낯선 질병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을 순식간에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도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 청소년이 가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미 우리 문제가 되었다. 인문지리학적인 이해 없이는 지구촌 문제를 풀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책은 지리학의 공간적 사유를 도입한다.

미 국무부가 추천하는 외교관 필독서로 꼽힐 만큼 국제질서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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