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은 농성장을 추모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재단장했지만 보수단체들은 철거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416연대는 12일 시민과 함께 소통하겠다는 의미로 농성장의 중앙통로를 완전히 개방하는 등 시민친화적인 공간으로 재단장했다.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인 지 1년이 되는 14일을 앞두고, 시민들이 광화문을 찾기 부담스러워한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추모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광화문광장을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장 사용 허가권이 있는 서울시도 이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수 진영은 “유가족이 사용허가를 받지 않고 광장을 점유하고 있어 조례 위반”이라며 농성장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이희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광장은 원래 다양한 시민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곳인데, 지금은 유가족이 점유하고 과도한 정치행위와 초법적 행위도 하고 있다”며 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사회실장은 “천막이 허가도 없이 설치된 뒤 1년이 지나는 동안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됐고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상황이 많이 바뀌었는데 천막이 더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광장 사용 7일 전에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유가족들은 광장 사용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
보수단체 ‘정의로운 시민행동’은 지난해 8월 “서울시가 세월호 농성장에 천막을 지원한 것은 직무유기”라며 박 시장 등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진보단체 의견은 다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세월호 농성장)은 일종의 장례식의 연장이기 때문에 집회시위처럼 신고 의무가 없어 엄밀하게는 조례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의 집행위원장은 “이 공간이 싸움의 장소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봐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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