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비금융주력자 설립 가능' 은행법 개정안 통과 '난망'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금융권과 IT업계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물밑 접촉이 활발하지만 가변적인 정책 및 요원한 은행법 개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기업·국민·신한은행과 키움·미래에셋증권 및 교보생명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금융권에서는 다음카카오·KT·KG이니시스·다날·인터파크 등이 설립을, SK C&C와 LG CNS 등은 인터넷은행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확정된 인터넷전문은행 등 은행법 인가심사 기준 및 관련 Q&A에서 은행과 은행지주가 인터넷은행 설립 컨소시엄의 대주주가 될 경우 불이익을 주기로 함에 따라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은행과 은행지주가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라며 "개별은행 주도의 컨소시엄 구성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정부안 발표 전후로 지속적으로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 등을 논의해왔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 은행업계가 대주주가 되면 불이익이라는 제약이 나와 설립 방향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구성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어 사업을 재고해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정책이 변할 여지가 있다"며 "정책 방향을 따라가면서 설립 의사가 있는 타 업계와 논의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책의 가변성이 비금융업계의 관련 방안 수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PG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적으로 명확히 나오지 않은 부분도 있어 컨소시엄 구성 등 설립 방안 마련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며 "법·규제 이슈를 확인하면서 최대한 그에 맞게 컨소시엄 구성을 할 계획으로, 현재 여러 업체들과 만나고 있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IT사업자로서 참여 의사를 밝힌 뒤 많은 업체들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관련 법 이슈 등이 남아있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명확히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법 개정 전 상황으로 현행 은행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기준을 토대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를 할 방침으로, 외부의 평가위원회에서 세부 기준을 세울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법 개정 전이기 때문에 인가심사 기준은 현행 은행법을 토대로 한다"며 "은행과 은행지주가 최대주주가 될 시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가·감점 방안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가심사 시 현행법의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주요하게 볼 것"이라며 "상세 기준 등은 향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큰 틀의 인가심사매뉴얼 최종안은 나왔지만, 세부 내용 등은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바뀌거나 추가될 수 있다"며 "9월말 인가 신청을 하기까지 약 두 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이러한 불확실성은 업계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에 대한 불신이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ICT·PG업체 등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지 않는 비금융업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서는 이를 허용하도록 은행법 개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정부안이 발표될 때만 하더라도 은행법 개정안 발의 등 후속조치가 연이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하지만 정부안 발표 직후 이에 대해 반대하는 국회의원의 성명이 나오는 등 법 개정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정부가 후속작업 진행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단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IT업계 다른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설립 추진을 무리하게 진행하긴 어렵다"며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는지 냉정하게 추이변화를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진 기자 truth@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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