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용기준’을 재조정해 오산리 유적의 원지형보존구역 2만2000여㎡를 제외한 나머지 구역의 규제를 풀었다. 물론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되는 문화재구역을 확보해 문화재 자체와 주변 경관의 보호를 위한 공간은 남겨두었다.
문화재청 이유범 보존정책과장은 “오산리 유적이 인근 바다를 터전으로 생활한 신석기인들의 흔적이기 때문에 바다와의 연계성 확보를 위한 원지형보존구역을 남겼다”며 “배후지도 적절하게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규제 구역을 해소해도 유적 보호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왼쪽 아래 조그만 숲이 오산리 유적이고, 왼쪽 하얀 건물이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이다. 화면 안 대부분 지역이 최근까지 유적 보호를 위해 개발행위가 제한되었으나 최근 현상변경 허용기준을 재조정함으로써 박물관 위쪽 구역은 개발이 가능해졌다. 문화재청 제공 |
현상변경허용기준의 재조정은 오산리 유적을 포함한 전국에 산재한 1854건의 문화재 소재 지역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문화재청은 “개발과 보존의 갈등이 높은 500여건에 대해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허용기준을 시범적으로 조정한 30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건축규제 면적 중 33.5%에 대한 규제가 해소되고 원지형보존구역은 현재보다 18.3%포인트가 줄어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문화재 주변 지역의 건물 신축 및 구조 변경 제한, 개발행위 규제가 엄격해 재산권 침해 논쟁 등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에 접수되는 규제 관련 민원의 84%가 문화재 주변 현상변경과 관련된 것이었다. 문화재보호법을 ‘악법’ ‘깡패법’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지정문화재가 주변에 생기면 해당 지역 거주자나 토지소유자들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도 현실이다.
강원도 양양 오산리 유적과 이곳에서 출토된 어업 관련 유물. 오산리 유적은 동해안 지역의 신석기 문화를 밝혀 준다는 점 등의 중요성으로 1997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 제공 |
이번 조치에서 ‘규제 완화’가 두드러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규제 지역이 일률적으로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경희궁지(사적 271호)는 원래 2만4000여㎡가 원지형보존구역이었으나 허용기준을 조정할 경우 4만3000㎡로 오히려 커진다. 전남 강진의 영랑생가(중요민속문화재 252호) 역시 6만2000㎡의 원지형보존구역이 15만3000㎡로 확대된다. 발굴이 안 된 채 개발이 이미 진행됐으나 유적지나 매장문화재가 있을 가능성이 큰 지역이 이런 사례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문화재 주변 지역에 이미 들어선 건물이 헐리는 등 보호조치의 여력이 생길 경우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개발과 보존 갈등이 있는 500건의 허용기준 재조정을 내년까지 마치고 지방자치단체 소관의 허용기준을 2017년까지 정비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양양=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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