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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기교보다 기본에 충실한 발레가 더 어렵죠”

입력 : 2015-08-09 21:04:40 수정 : 2015-08-09 21: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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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주역 이동탁·홍향기 “춤추는 사람에게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발레의 교과서예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연기와 기교가 다 들어 있죠.”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 수석무용수 이동탁(27)·솔리스트 홍향기(26)는 요즘 화려한 기교보다 기본이 더 어려움을 체감한다. 두 사람은 14∼1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마지막 공연 주역을 맡았다. 홍향기는 바늘에 찔려 100년간 잠드는 오로라 공주, 이동탁은 입맞춤으로 공주를 깨우는 왕자를 연기한다. 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잠자는…’에 대해 “기본을 지켜야 해서 춤추기 어렵지만 아름다운 꿈을 꾸는 듯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굉장히 깨끗하고 균형 있는 발레예요. 점프, 회전동작, 균형잡기처럼 발레 클래스(무용수가 매일 점검하는 몸 풀기) 때 하는 모든 동작이 들어가 있죠. 무용수에게는 기본적인 게 더 어려울 때가 있어요. 고난이도 기교는 깡으로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본기는 평소에 갖춰놓아야 하죠.”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무용수 이동탁(사진 왼쪽)과 솔리스트 홍향기가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만든 고전 명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주역을 맡는다.
UBC 제공
홍향기는 “공주의 동작 중 애티튜트 아라베스크(양팔을 위로, 다리는 90도 뒤로 들기)를 하면 많이 올리는 게 아니라 딱 90도를 지켜야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과잉과 과장은 이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동탁은 “겉으로 표현하기보다 모든 걸 안으로 응축시킨 상태에서 깔끔하게 추되 느낌은 전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UBC가 선보이는 ‘잠자는…’은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버전이다. 이동탁은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왕자를 연기한다. 그는 3년 사이 변화에 대해 “작품이나 동작 해석 능력이 달라졌다”며 “공주를 처음 만날 때, 악한 요정과 싸울 때, 공주를 찾으러 갈 때 등 각각의 걸음걸이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동탁과 홍향기는 2013년 ‘호두까기인형’, 지난해 ‘돈키호테’에 이어 이번에도 주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홍향기는 “춤출 때 서로 믿고 해야 하는데 (이동탁은) 제가 못 해도 알아서 잘 잡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며 든든해했다. 이동탁은 선화예술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3학년이던 홍향기를 처음 봤다. 그는 “당시 향기씨는 우리나라 최고 유망주로 엄청 유명한 친구였는데 그런 스타와 지금 제가 파드되를 하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걸었다. 이동탁은 축구 심판을 아버지로 둔 ‘포항 사나이’다. 초등학교 때 마이클 잭슨처럼 춤추고 싶어서 발레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까지 포항과 서울을 오가며 발레를 배웠다. 역동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춤에 끌리는 그는 지금도 축구, 달리기, 자전거 등 온갖 운동을 즐긴다. 마블코믹스의 피규어 모으기가 취미다.

홍향기는 학창 시절 ‘1등 소녀’였다. 2006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하고 러시아 바가노바발레학교로 유학 갔다. 러시아에서 슬럼프에 빠지며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로 돌아왔을 때 창피했고 거울을 보는 것도 싫었다”며 “발레에 대한 욕심마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가 다시 ‘더 잘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된 건 UBC에서 선배·동료들을 보면서부터다. 이동탁도 그런 선배 중 한 명이다.

“오빠는 노력형이에요. 오빠가 발이 아픈 게 직업병인데, 아파서 쉬는 걸 한 번도 못 봤어요. 연기하는 자세도 배우고 싶어요. 한 살 차이인데도, 무대에서 음악이 나오면 싹 변해서 그 캐릭터로 들어가요. 신기하고 멋있어요. 저까지 캐릭터에 푹 빠지죠. 무대에서만큼은 제 왕자이자 남자친구가 돼요.”(홍)

“공연에서 발이 아픈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미리 최악을 연습하는 거죠. 향기씨도 철저한 노력형 같아요. 10대 때 향기씨를 처음 봤을 때는 발레하는 사람은 타고나야 하는 줄 알았어요. 지금 발전하는 과정을 보니 아니더라고요. 향기씨는 동작이 안 되면 끝까지 해서 한 번은 성공시켜야 집에 가요. 주위에서 느낄 정도로 슬럼프가 오면 재기하는 무용가를 많이 못 봤는데, 향기씨는 이전보다 오히려 업그레이드돼서 춤추죠. 또 워낙 발레의 기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라 제가 많이 배워요.”(이)

공연을 일주일 앞둔 이날 이동탁은 콧수염을 기르고 나타났다. 작품 연습에 들어가면 면도를 안 하는 것이 그의 습관이다. “면도를 잘못하면 연습할 때 쌓아놓은 에너지가 다 없어져 버려서”란다. 그는 무대 리허설을 마친 날 밤 면도를 하고 ‘발레계 패셔니스타’답게 다음날 입을 옷을 생각한다. 홍향기에게도 공연 징크스가 있다. 공연하는 날 회전 동작을 정확하게 네 바퀴 돌아야만 만족감을 느낀다. 이 동작으로 테크닉과 다리 상태를 점검한다. 이동탁은 “보통 여자 무용수는 네 바퀴를 잘 못 돈다. 테크닉이 뛰어나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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