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사이트로 위장한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30개를 운영하며 240여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소유 또는 위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위탁운영을 총괄한 박모(45)씨와 그에게 위탁을 맡긴 사이트 소유자 이모(44)씨 등 4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불법 도박을 한 오모(31)씨 등 9명과 도박 자금 입금에 사용된 대포 통장을 제공한 손모(39)씨 등 99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중국 심양에서 2013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씨 등으로부터 스포츠 도박사이트 30개를 위탁받아 운영해 240억원 가량의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
이씨 등은 불법 사이트를 직접 운영할 경우 서버 관리비 및 인건비 등 자금이 많이 필요하고 단속에 걸리면 처벌된다는 우려 때문에 수익금의 20%를 주기로 하고 박씨에게 운영을 맡겼다.
박씨는 경찰의 추적이 어려운 중국을 거점으로 삼았다.
그는 중국인 피모(50)씨와 손을 잡고 활동 무대가 될 아파트를 빌린 뒤 황모(46)씨, 이모(44)씨 등 한국인 6명과 중국인 4명을 고용했다.
박씨가 운영을 총괄하는 가운데 피씨가 서버 관리 등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했고 다른 직원들은 회원 관리·전화 상담 등을 맡았다.
운동 경기가 열리기 전 승부를 예측해 최종 결과에 따라 순위별로 환급금을 받는 ‘스포츠토토’ 사업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수탁을 받아야 할 수 있다.
박씨 등은 도박 배당률은 공단이 제시한 기준을 따랐으나, 공단처럼 상한선을 두지 않아 회원들이 많게는 한번에 1000만원까지 배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일당은 사이트 운영에도 ‘위장술’을 동원해 단속에 대비했다.
도메인에 처음 접속했을 때는 의류, 게임 등 쇼핑몰 사이트가 나타나지만 회원으로 로그인하면 도박사이트로 바뀌었다.
도박 자금 거래 내역서에도 회원 이름을 ‘○○수산’, ‘○○식당’ 등으로 적어 쇼핑몰 거래 장부처럼 꾸몄다.
회원들을 위험회원·골드회원·블랙리스트·탈퇴회원으로 구분하는 등 맞춤형으로 관리해 회원 유출과 신고 우려를 최소화했다. 직원들에게는 명절과 휴가 보너스를 주는 등 조직 관리도 철저했다.
계좌추적에 대비해 도박 자금은 20만∼100만원을 주고 산 대포 통장으로 입금받았다.
경찰은 “박씨는 2만여명에게서 1354억원의 도박자금을 받았고, 240억원의 불법 이득을 챙겼다고 진술했다”며 “10억여원을 환수했고, 추가로 발견한 9억원은 몰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범죄 수익으로 1억원이 넘는 외제 승용차를 몰고 고급 주택가가 있는 부산 해운대에 집을 사는 등 수년간 호화 생활을 해왔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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