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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의 인더스토리] 재계, 경제활성화에 적극 동참한다지만…

입력 : 2015-09-01 17:54:11 수정 : 2015-09-01 17: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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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90% 책임지는 중소기업 '경영위기'…대기업만으로 경기회복 가능할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31일 경북대에서 삼성, SK, LG, 롯데 등 주요그룹이 참여하는 ‘2015 지역인재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채용설명회는 경북대를 시작으로 충남대, 부산대, 전남대에서 이달 3일까지 열린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최근 들어 재계가 정부의 경제 활성화에 화답하는 일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전날 국내 주요그룹은 지역인재 채용을 위해 취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서 정부와의 정책공조에 발 벗고 나선 모습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청와대 회동에 참석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대기업 총수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 투자” 요청에 “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신소재 분야에 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그룹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오는 2017년까지 3년간 총 13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3년간 5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신성장 사업 가운데 투자금액의 윤곽이 드러난 5대 부문은 ▲태양광 발전·바이오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 개발 17조원 ▲사물인터넷·스마트카 등 ICT 융합 12조원 ▲2차전지·탄소섬유 등 신소재 분야 11조원 ▲신형 엔진 개발 등 첨단 부품 분야 9조원 ▲유통채널 다각화·레저 시설 건립 등 유통·레저 분야 6조원 등이다.

이처럼 재계가 투자·동반성장 분야 자금 집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한 배경에는 정부의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이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북대에서 삼성, SK, LG, 롯데 등 주요그룹이 참여하는 ‘2015 지역인재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채용설명회는 경북대를 시작으로 충남대, 부산대, 전남대에서 이달 3일까지 개최된다.

특히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지난달 14일에는 30대 그룹 계열사들이 그룹 방침에 따라 일제히 유급 자율휴무를 시행했다. 생산물량 납기를 맞추기 위해 가동이 불가피한 사업장에 근무하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했다.

재계는 이와 관련, “조업일수 감소와 노동비용 증가 우려에도 주요기업들이 유급 자율휴가를 실시하는 것은 광복 70주년 기념 경축 분위기 조성 및 내수활성화에 기업이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30대 그룹은 올해 설날 약 460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한 데 이어, 하계 휴가철을 맞이해서는 670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했거나 구입할 예정이다.

협력업체 자금수급의 원활화를 위해 납품대금 1조5906억원을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지급하거나 늦어도 지난달 말까지 조기 지급하기도 했다. 특히 LG그룹의 경우 금융기관 이자가 부담되거나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회사의 재정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00억원의 자금을 조성, 무이자로 대출해주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의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삼성전자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협력 업무 협약식’에 김종호 삼성전자 사장, 이관섭 산업부 제1차관, 박진우 민관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장(왼쪽부터)이 참석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그룹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총 300억원을 공동 출연해 스마트공장의 보급과 확산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스마트공장 보급 및 확산사업에 삼성전자가 별도 출연을 통해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산업부, 민관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이 지난달 31일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을 촉진하기 위한 재원 출연과 사업추진 협력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이 같은 재계의 분주한 움직임에도 전체 고용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이 전반적인 ‘경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기업만으로 경기회복이 가능할지 의문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에 의하면 올 상반기 어음 교환액(1374조8407억원) 중 부도액은 3조862억원으로, 평균 부도율이 0.22%(전자결제 조정 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1년 하반기(0.30%) 이래 1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어음부도율이 오른 이유로는 STX 및 동양그룹 사태에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한 수출 부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따른 내수 침체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의 경영 환경이 크게 나빠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 상반기 파산을 신청한 기업들의 수가 크게 늘었다. 각 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건수는 올 상반기 316건으로 전년 동기(257건)에 비해 무려 23.0% 급증했다. 같은 기간 법원으로부터 파산 결정을 받은 건수도 260건으로 전년 동기(220건) 대비 18.2%나 늘어났다.

불황은 중소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끼쳤다. 올 1분기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1%로 전년 동기(4.6%) 보다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은 5.0%에서 4.7%로 하락했다.
30대 그룹의 2015년 상반기 협력사 지원실적 및 하반기 지원계획.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실시한 ‘30대 그룹의 2015년 상반기 협력사 지원실적 및 하반기 지원계획’ 조사 결과, 30대 그룹은 지난 상반기 8797억원을 협력사에 지원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0.9% 증가한 8873억원을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조사된 상반기 지원실적 및 하반기 지원계획 금액을 합산하면 1조7670억원으로, 연초 지원 계획 목표인 1조7330억원(중소기업협력센터, 지난 3월26일 조사) 보다 2.0% 늘어난 액수다.

하지만 침체된 국내 경기를 살려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민간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나, 경제 위기에 닥칠수록 정부 역할이 지대해진다는 것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장의 추세적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는 과거 외환위기 및 카드사태 이후 수출주도형 회복, 2000년대 초반 내수(민간소비) 주도형 회복과 달리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대는 정책 의존형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선임연구원은 “공공 부문(정부소비+정부투자) 지출은 금융위기 이후 소비 부문에 치중된 반면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정부소비와 비교할 때 미흡했던 정부투자를 확대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후인프라 정비, 방치건축물 사업 재개, 공공건축물 복합개발 등으로 도시경관 및 안전을 개선하고 공공 부문의 투자를 확장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한정된 정부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공공투자관리체계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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