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터키 도안통신이 보도한 사진 한 장이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터키 서부 해안도시 보드룸 해양경비대는 이날 오전 해변에서 시신 4구를 수습했다. 이 중에는 빨간색 티셔츠와 푸른색 반바지, 검은 운동화 차림의 세 살짜리 남자아이 아이란 쿠르디도 껴 있었다. 얼핏 엎드려 곤한 잠을 자는 듯 보이지만 바닷물에 반쯤 잠긴 머리와 온기 하나 없는 몸은 그가 이미 영원한 잠에 빠졌음을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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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해양경비대원이 2일(현지시간) 서부 보드룸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려 떠밀려 온 아이란 쿠르디(3) 시신을 발견해 옮기고 있다.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인 아이란은 전날 어머니, 형과 함께 그리스 코스섬을 향하는 난민선을 탔다가 풍랑에 배가 뒤집혀 익사했다. |
아이란 가족은 밀입국 브로커에게 1000유로(약 133만원)를 건네고 코스섬으로 향하는 배편을 구했다. 하지만 아이란 가족 등 6명을 태우고 1일 밤늦게 출발한 소형보트는 파도에 휩쓸려 이내 뒤집혔다. 앞서 난민 17명을 태우고 코스섬으로 떠난 배도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탑승자 태반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 등 최소 12명이 숨졌다. 2명은 실종상태다. 시신이 수습된 희생자 중에는 아이란 어머니와 형도 있었다.
익사한 아이란의 모습은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뜻의 해시태그(#KiyiyaVuranINsanlik)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와 외신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 전 세계적인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관련 사진을 홈페이지 전면에 올리며 “이처럼 참혹한 사진마저도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고 호소했다.
난민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주요 3개국 외무장관들은 2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EU 국가들의 망명 허용 기준을 개선하고 회원국들의 합리적인 난민 분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의 제의는 오는 4∼5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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