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으로 도마에 오른 고위 공직자는 김앤장 9명을 비롯해 모두 12명이다. 7월에는 33명의 전직 관료들이 로펌 취업으로 논란을 빚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유일하게 두 달 만에 또다시 징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로펌 중에는 영입 관료의 명단을 최장 14개월간이나 제출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로펌들이 전관의 명단을 숨기는 것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행위임을 자인하는 일이다.
전관의 로펌 취업을 제한하는 이유는 이들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는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각종 유착비리를 잉태하는 ‘관피아’의 뿌리다. 그중에서도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악성이다. 특히 로펌에 취업한 전관들은 온갖 로비를 통해 국가의 행정력을 왜곡시키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법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변협이 이런 폐해를 의식해 로펌의 전관 영입에 제동을 건 것은 2011년의 일이다. 로펌에 취업한 고위 공직자들이 정부 관련 사건을 수임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폐단을 막자는 취지에서 변호사법 제89조 6항을 신설했다. 퇴직 공직자가 법무법인에 취업하면 법무법인은 즉시 관할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하고, 매년 1월 말까지 이들의 업무활동 내역 등이 담긴 전년도 업무 내역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로펌들은 그동안 전관예우 척결이란 사회적 이익을 무시하고 짬짜미로 전관을 고용해 자기 배를 불려왔다는 것이 변협의 조사 결과다.
로펌들이 규정 위반을 밥 먹듯 하는 것은 무엇보다 징계 수위가 낮은 탓이 크다. 전관예우 위반으로 적발되더라도 로펌에게 부과되는 과태료는 1000만∼2000만원이 고작이다. 전관을 영입해 얻는 천문학적 이익에 비해서는 ‘쥐꼬리’만도 못하다. 이런 솜방망이 제재로 전관예우 척결은 기대난망이다. 일벌백계의 각오로 ‘일탈자’들을 엄히 징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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