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유럽 장벽에 균열 낸 아이… 마음에 찍힌 사진

입력 : 2015-09-04 20:10:34 수정 : 2015-09-06 14:27:12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익사한 '꼬마 난민' 아버지 참담… "파도가 삼킨 가족… 삶의 희망 무너졌다"
사진 fervidal31
“저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이었어요. 아이들이 매일 아침 놀아달라며 저를 깨우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끝나버렸습니다.”

터키 해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전 세계를 울린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이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40)는 3일(현지시간) 터키 보드룸의 한 영안실 밖에서 아들의 시신을 기다리며 BBC방송 등 언론과 만나 비통한 심경을 털어놨다. 장기간의 내전과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의 위협에 지친 그는 스웨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꿈을 안고 밀입국 브로커에게 돈을 건넸다고 한다. 그러나 1일 밤 쿠르디 가족을 포함해 23명의 난민을 태운 작은 보트 두 척은 출발 직후 파도에 휩쓸려 전복됐다. 선장은 난민을 버린 채 헤엄을 쳐 도망갔고 구명조끼는 가짜였다. 쿠르디는 “아내와 아이들 손을 붙잡은 채 뒤집힌 보트에 매달려 있었지만, 다섯 살 난 첫째(갈립)와 둘째(아이란), 아내가 차례로 죽어갔다”고 울먹이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터키 물라 주의 보드룸 해안에서 싸늘한 익사체로 발견돼 난민 문제에 관한 세계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세 살배기 아이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위 사진)가 3일(현지시간) 한 영안실 밖에서 아들의 시신이 도착하길 기다리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물라·코퀴틀럼=AP연합뉴스
사랑하는 가족을 여의고 홀로 남게 된 그는 모든 희망을 잃었다. 쿠르디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와 아이들을 묻어주고 그들 곁에 앉아 죽을 때까지 코란을 읽으며 고통을 떨쳐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란의 고모 티마 쿠르디가 이날 캐나다 코퀴틀럼의 자택 앞에서 조카들 사진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물라·코퀴틀럼=AP연합뉴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아이란의 고모 티마 쿠르디도 2주 전 아이란이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른 일을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은 두 아이는 좋은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란 가족을 캐나다로 이주시키려 했다는 그는 입국 신원보증 등에 필요한 비용이 모자라 다른 남동생 가족부터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히 캐나다 정부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해 전 세계를 비난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주 오스트리아의 냉동차량 안에서 71구의 난민 시신이 발견된 데 이어 전해진 아이란의 비극적인 모습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연합(EU)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이날 전화통화를 갖고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하는 쿼터제에 합의했다. 쿼터제에 반대해 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아버지로서 (아이란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영국은 도덕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기존 배타적 난민 정책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에서 아이란의 이름을 따 개설된 모금펀드에 하루 만에 1만5286파운드(약 3000만원)가 모이는 등 지구촌 시민들도 난민 돕기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 난민 아일란과 형,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후 세 사람의 시신이 담긴 관을 자동차에 싣고 있다.
AP연합
그러나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쿼터제에 반대하며 “기독교도 난민만 수용하겠다”고 고집하고 있어 유럽의 난민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장원영 '상큼 발랄'
  • 장원영 '상큼 발랄'
  • 지예은 '상큼 발랄 볼하트'
  • 고윤정 '깜찍한 볼하트'
  • 오마이걸 효정 '사랑스러운 하트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