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올해 초 나온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정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유책주의’ 입장에 선 대법관 2명이 1∼2년 사이에 잇따라 퇴임할 예정이어서 2017년 이후 사실상 결혼이 파탄에 이르렀으면 책임 유무에 관계없이 이혼신청을 허용하는 ‘파탄주의’로의 판례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은 판결문에 “간통죄가 헌재의 위헌 결정에 의해 폐지돼 이중결혼에 대한 형사 제재가 없어졌다”는 구절을 포함시켰다. 헌재 결정을 직접 비판한 것은 아니지만, 이중결혼 제재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헌재의 간통죄 폐지는 섣부른 조치였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대목이다.
앞서 헌재는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하며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누구한테 책임이 있든 이혼을 허가해야 한다는 파탄주의에 동조하는 듯한 결정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법관 13명 가운데 7명이 유책주의를 지지하고 6명이 파탄주의 입장에 섰던 이번 대법원 판결이 머지않은 장래에 뒤바뀔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유책주의에 동조한 이인복, 이상훈 대법관이 각각 2016년 9월과 2017년 2월 물러나기 때문에 파탄주의를 지지하는 법조인이 이들의 후임자로 임명되면 파탄주의가 새롭게 다수의견을 형성해 판례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앞으로 10년 이상 이혼재판 실무는 유책주의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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