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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사표 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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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3 10:16:14 수정 : 2015-10-04 10: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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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선 여전히 부정적 시각 팽배
“육아의 기쁨은 두배고, 고통은 네배다.”

육아휴직 2년차 아빠인 신모(37)씨는 육아란 결코 TV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낭만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최근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 세쌍둥이를 키우는 연예인 등 육아와 가사를 슈퍼맨처럼 척척 해내는 아빠들이 나와 아이 키우는 남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현실은 영상처럼 녹록지 않다”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태어난 지 19개월이 된 쌍둥이지만 결코 동시에 움직이는 법이 없다. 한 명이 잠들면 한 명이 깨고, 밥을 먹을 때도 다 떠먹이다 보면 신씨는 매일같이 녹초가 돼 잠이 든다. 그래도 신씨는 “아이를 키우는 물리적인 피로는 있지만 내 아이를 키운다는 기쁨에 힘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남성 육아휴직, 하고 싶지만 ‘불가능’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남성들은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는 아이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과 마찬가지”라며 “육아휴직을 하고 매일같이 아이를 돌보면서 마침내 아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신씨와 같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리는 남성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사기업에 근무하는 A(29)씨는 지난달 육아휴직을 사용하려다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1년간 육아휴직을 하겠다는 A씨에게 팀장은 수차례 “단념하라”며 휴직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했다. 사측에서는 육아휴직이 끝난 뒤 회사를 그만두도록 하기 위해 사직서를 함께 받으려 했다.

하지만 A씨는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고 육아휴직을 강행했다. A씨는 “복직해도 진급이 안 돼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랑하는 딸과의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육아휴직을 하면서 사회적인 지위와 수입의 대부분을 포기했고, 회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최근 8세 이하 자녀를 둔 남성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워킹대디 육아휴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2.4%가 ‘향후 육아휴직을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지만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 경험 비중은 8.8%에 그쳤다.

육아휴직을 희망하는 남성 10명 중 1명만이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셈이다. 응답자의 16.1%는 ‘수입 감소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우려돼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못한다’고 응답, 육아휴직 급여를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3개월 육아휴직을 한 뒤 복직한 B씨는 “육아휴직을 결심했지만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한 전례가 없어 조언을 구할 곳도 없었다”며 “3개월의 육아휴직 때문에 진급에서 누락됐다”고 말했다.

◆여성 육아휴직, 퇴직으로 이어지기 일쑤


여성들의 육아휴직 제도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기업들이 사직서를 쓰는 조건으로 육아휴직을 허용해주는 식의 ‘꼼수’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여성들은 출산·육아와 관련해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현주 의원(새누리당)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육아휴직과 출산 전후 휴가 중 고용보험 자격상실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5년6개월 동안 2만6755명의 남녀 근로자가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기간에 해고당하거나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기업 측이 정부에 신고한 명목상의 해고·퇴직 사유는 ‘경영상 필요(9706명)’, ‘휴업·임금 체불·회사 이전·근로조건 변동(1744명)’, ‘기타 회사 사정(1만5305명)’ 등이었다.

근로기준법은 육아휴직 기간과 출산 전후 휴가 및 그 후 30일 이내에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도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고, 육아휴직 기간에는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들은 근로 현장에서 사문화된 지 오래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29)씨는 “주변에서 육아휴직을 썼다가 복직했다는 사례를 보기는 힘들다”며 “육아휴직 제도는 공무원만을 위한 제도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민 의원은 “해당 법을 어겼을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벌칙 규정이 있지만 피해자들은 재취업 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피해 진술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사업주에게 벌금이나 과태료 등이 제대로 부과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자 하는 정부가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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