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발송한 서한 문제 삼아
FIFA윤리위서 징계추진 공개
“회장 후보자격 위협 가능성 커”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가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에 대해 19년 자격정지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IFA 윤리위가 이를 그대로 결정하면 정 명예회장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후보등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정 명예회장은 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내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흑색선전의 공격목표가 됐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의 징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정 명예회장은 FIFA 윤리위 조사와 관련해 “내가 공격의 대상이 된 이유는 FIFA 내부의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내 후보 자격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블라터 회장 측)이 내 후보 자격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FIFA 회장선거를 훼손하고 FIFA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명예회장이 FIFA 윤리위의 자격정지 제재 추진 사실을 공개하면서 각종 의혹을 적극 해명한 것은 현재 상황이 그만큼 불리하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FIFA 윤리위의 징계 추진이 부당하고 자신의 출마 자체를 봉쇄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점을 언론에 부각시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 명예회장은 이날 “내가 충분한 자격을 갖고 회장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최종 판단은 결국 국제사회의 건강한 양식에 달려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리위의 움직임은 블라터 회장을 비판한 데 대한 반격이라는 것이 정 명예회장의 시각이다. 정 명예회장이 이날 “윤리위 청문회에 어떤 기대도 하고 있지 않다. 이 모든 절차가 사기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 발언이다. 정 명예회장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 명예회장이 문제 없이 후보등록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한다. 현재 FIFA 회장 선거구도는 정 명예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가장 유력한 차기 FIFA 회장 후보로 꼽혔던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반사이익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보고 있다. 알리 왕자는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FIFA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블라터 회장에 맞선 바 있다.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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