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 캐시디 지음/최세문, 정윤선, 주지수, 최영은, 가문희 옮김/후마니타스/2만원 |
신간 ‘출산, 그 놀라운 역사’는 인류가 어떻게 태어나는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완벽한 출산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 분만이 언제나 옳은 것이며 정답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출산이라는 자연 현상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갖가지 사실들을 전한다. 흔히 간과하기 쉬운 지식들을 알기 쉽게 전한다.
예컨대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인간이 혼자서는 출산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오두막 또는 집에서부터 병원, 출산 센터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출산 장소는 어떻게 변했는지 짚어본다. 조산사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이유도 설명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아직도 자가 출산을 선호한다.
저자는 태고적부터 출산의 시원을 살펴본다. 예컨대 성서에 따르면 “하나님은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고 쓰여 있다. 이 구절로 말미암아 서구의 여성들은 수백 년 동안 출산 시 통증 완화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여성의 산고를 덜어 주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힘썼다는 이유로 화형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현대에 들어 산모의 출산 과정은 대개 비슷하다. 출산 징후가 보이면 자가용이나 택시로 병원에 가고 제왕절개가 아니라면 오랜 시간 병원 침대에 누워 산통을 겪다가 어느 순간 무통주사를 맞는다. 생각보다 진통시간이 길어지면 분만 유도 주사를 맞는다. 이 과정에서 관장, 제모, 회음 절개로 이어지는 ‘굴욕 3종 세트’도 빠지지 않는다. 산전 수업에서 라마즈 분만법 등을 배우지만 정작 실전에 적용하기란 어렵다.
미국 보스턴 글로브 기자로 20여 년간 활동한 저자 티나 캐시디도 2004년 첫 아이를 낳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로선 최신 산부인과 지식으로 무장하고 출산에 임한 그녀는 철저한 준비가 무색하게 응급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고 혹독한 산욕기를 거친다.
세 차례 출산을 경험한 저자는 서문에서 “건강한 아기를 낳는 것은 말 그대로 기적이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출산의 경이로움을 체험하면서 출산이라는 경건한 의식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김신성 기자 ss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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