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개막전 승리 견인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2015∼16 V-리그 홈 개막전이 열린 11일 인천 계양체육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세트 스코어 2-2로 팽팽히 맞선 5세트. 14-13에서 흥국생명 이재영의 공격이 비디오 판독 끝에 터치아웃으로 판정되면서 3-2 승리가 확정됐다. 그 순간 이재영은 코트에서 펄쩍 뛰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마치 경기에 패한 선수인 양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경기 뒤 이재영에게 눈물의 의미를 묻자 “지난 시즌에 현대건설에 1승5패로 너무 약했고, 올여름 KOVO컵 준결승에서도 패했다. 현대건설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다”며 웃으며 대답했다.
지난 시즌 전체 1순위로 입단해 폭발적인 점프력을 앞세운 공격으로 신인왕을 따낸 이재영은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2점을 퍼부으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범실도 단 3개에 불과했고, 공격성공률도 51.61%에 달해 순도도 높았다. 승부를 가른 5세트엔 팀 공격 대부분을 도맡으며 6점을 몰아쳐 승부처에도 강했다. 흔히들 말하는 ‘2년차 징크스’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수준의 폭격이었다. 2년차 징크스는커녕 ‘2년차 MVP’를 노려볼 수준으로 성장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지난 시즌만 해도 재영이가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 공격도 덩달아 흔들렸는데, 이제는 여유가 생기면서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며 제자를 치켜세웠다. 이재영도 “공격 비중이 늘어나는 게 힘들지만 무지 행복하다. 그만큼 팀 동료들이 저를 믿어준다는 뜻이니까. 수비와 리시브에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노력해야겠다”며 한층 의젓해진 면모를 드러냈다.
이재영은 이날 맞대결을 펼친 쌍둥이 동생 이다영과의 경쟁심도 드러냈다. 4세트 이다영이 이재영을 향해 서브를 날렸고, 이재영은 이를 받지 못하고 코트에 주저앉으며 에이스를 허용했다. 이재영은 입을 악물며 “대표팀에서 다영이 서브 받는 연습을 했는데, 정말 까다롭다. 다음번엔 꼭 잡아내겠다. 동생한테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100점 만점의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이재영은 본인의 활약에 “85점을 주고 싶다. 15점을 뺀 이유는 3, 4세트 때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영은 4세트에만 11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은 73.33%에 달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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