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공식 브리핑에서 “집에 물이 샐 때 부분 부분 고치는 방법도 있겠지만 기초가 잘못됐다든지 설계에 문제가 있다면 이렇게 부분 부분 고치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검정교과서들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에둘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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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담은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발표하고 있다. 황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념 편향성을 불식시키고 청소년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인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제원 기자 |
김재춘 교육부 차관 역시 “가장 많은 채택률을 보이고 있는 (검정)교과서에는 ‘독재’라고 언급한 것이 북한에서는 2번에 불과한 반면 남한에서는 24번이나 기술이 됐다”며 “교과서에 물론 남한에 대한 부분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교과서에 비해 (독재를 수차례 언급한 것은) 다소 과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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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참하라” 올인코리아 등 보수단체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협조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정치권과 언론, 교육계의 동참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정부는 이같이 현 한국사 교과서 검정체제에서 드러난 한계점들을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국정화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역사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현재 학생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배워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이번 국정화 결정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 편찬 책임을 맡게 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날 “중·고교 학생은 교양으로 국민 된 도리의 입장에서 갖춰야 할 국사지식을 갖는 것”이라며 “논쟁이 되는 부분은 대학, 대학원에서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성격이고 토픽이지 중·고교에서는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해 이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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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회하라” 대학생 겨레하나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규탄 청년·학생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 전환으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학생들의 책상에 오르기까지는 집필진 구성부터 각종 절차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교육부는 이념에 편향되지 않는 다양한 집필진을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정교과서에 반대 여론이 거센 데다 일부 역사학자 및 교수들은 국정교과서 집필에 아예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집필진 구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집필진 선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짧은 집필기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집필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여야 간, 학계 간, 시민·사회단체 간 성향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집필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 부총리 역시 “초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나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밝혀 이 점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종=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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