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개정으로 제도화 필요성 제기
한화투자증권은 10억원어치 채권을 금융사 최초로 주빌리은행에 기부했다. 이날 관계자들이 “빚에서 빛으로”를 외치며 채권을 찢으면서 채무자들은 ‘자유의 몸’이 됐다. 채무취약계층의 빚을 탕감해 새출발을 돕는 주빌리은행이 3000명이 넘는 채무자들을 구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주빌리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빚 탕감 프로젝트’는 이달까지 10차례에 걸쳐 채무자 3405명의 채권 171억7700만원어치를 사들여 소각했다. 주빌리은행은 단순히 빚만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 상담·교육을 통해 재기를 돕고 있다.
출범 1주년이 되는 내년 8월까지 1000억원어치의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 목표다. 주빌리은행은 미국의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를 본떠서 만든 은행이다. 롤링주빌리란 2012년 미국에서 시작한 운동으로,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장기 연체 채권을 사들여 무상 소각해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활동이다. 현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뒤 오랫동안 연체를 하면서 빚을 갚을 수 없는 채무취약계층은 35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참여연대에서 열린 ‘주빌리은행 성과보고 및 입법과제 토론회’에서는 주빌리은행의 취지를 부실채권 정리와 관련한 법 개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채무자의 추심금지요청이 있으면 추심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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