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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건강할 때 난자 얼려 보관한다고?

입력 : 2015-10-17 05:00:00 수정 : 2015-10-17 13: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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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혼(晩婚)이 증가하면서 고령 출산에 대비해 좀 더 건강한 아이를 낳고자 난자 동결에 관심을 보이는 미혼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난자 동결은 난자를 채취해 얼려서 보관했다 훗날 임신하고 싶을 때 녹여서 사용하는 기술이다. 실제 2~3년 사이 난자 동결 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30대 중후반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노산 부작용에 대한 걱정과 출산을 잠깐 미루고 경력을 잇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난자은행은 본인의 난자를 동결 보관했다 훗날 임신하고 싶을 때 해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기능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만혼 증가로 좀 더 젊을 때 건강한 난자를 보관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구와 맞물려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때 최고치에 도달했다가 35세 이후부터 급감하고, 40세가 넘게 되면 자연임신의 가능성이 5% 정도로 떨어진다. 또 여성의 난자는 노화에 민감해 나이가 들수록 염색체 이상이 증가하고 유산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갈수록 늦춰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 난자동결과 같은 가임력 보존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난자동결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난자를 얻기 위해 약 2주간의 과배란 유도와 난자 채취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시험관 아기 시술 시 이뤄지는 과정과 유사하며, 난자의 채취는 수면마취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로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다.

이후 난자의 동결이 이뤄지며 동결된 난자는 생물학적으로 안정적인 초저온 상태에서 보존돼 여성들이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난자는 35세 이후 급격히 그 수와 질이 떨어지므로 양질의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이보다 젊은 나이에 난자 채취와 동결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난자 동결을 고민하는 미혼 여성 대부분은 전문직에 종사하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30대 중후반 골드미스들이다. 이들은 당장 결혼이나 출산 계획이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 일종의 보험처럼 난자 동결을 고민한다.

또 이들 중에는 직장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난자를 동결하려는 이도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국내 한 로펌에서 근무하는 김모(36·여)씨는 "직장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 육아는 기쁨이기도 하지만 큰 족쇄이기도 하다"며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여유를 갖고 아이를 낳고 싶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난자 동결에 나선 데는 그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한 배경도 있다. 원래 난자 동결은 암 환자나 조기 폐경을 앞둔 여성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시술인데, 전에는 얼리는 과정에서 난자 손상이 심했다. 요즘 이용되는 '유리화동결법'(Vitrification)은 액체 질소를 이용, 난자를 아주 빠른 속도로 얼려 손상이 그리 크지 않다.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난자를 채취해 동결하는 데 약 300만원이 든다. 보관 비용은 1년에 10만원 정도다.

미국 등 해외에서 난자 동결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미국 페이스북과 애플은 임신을 미루는 여직원들에게 사내 복지로 난자 동결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문의는 늘고 있지만 실제로 난자 동결에 나서는 여성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난자 동결 기술을 가진 국내 유명 병원인 서울 차병원의 경우에도 난자를 동결 보관 중인 미혼여성은 36명(2012년 기준) 정도다.

무엇보다 비용과 시간이 부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난자 채취를 위해 열흘 가까이 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를 맞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이 많아 상담은 해도 정작 시술에 나서는 미혼 여성은 10명 중 1명 꼴"이라고 말했다.

주위에서 보는 시선도 그리 고운 편은 아니다. 실제 시술에 나서는 여성이 적더라도 시술을 이용해 임신과 출산을 미루려는 여성들이 나타난 현상 자체를 두고 흥미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웃나라 일본의 지자체가 여성의 난자를 동결 보관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는 저출산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일본 지바(千葉)현 우라야스(浦安)시가 나이가 든 뒤의 불임을 피하기 위해 건강한 여성이 자신의 난자를 동결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린세스 뱅크’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우라야스시는 난자를 동결 보관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라야스시는 관내에 있는 준텐도(順天堂)대 우라야스병원과 연계해 이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대학병원과 연대해 난자 동결 보관을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우라야스시는 지금 당장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지만, 장래에 출산을 하고자 하는 20~35세 여성의 난자를 동결 보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암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게 된 여성이 항암제에 의한 부작용으로 불임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동결 보존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라야스시의 이런 정책은 만혼과 만산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난자의 노화를 막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출산을 뒤로 미루는 풍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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