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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의 꽃미남? 무대 장악할 열정파!

입력 : 2015-10-18 15:44:24 수정 : 2015-10-18 15: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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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주인공 솔로르 연기 강민우 김태석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역으로 처음 국내 데뷔하는 유니버설발레단 강민우(왼쪽)와 김태석은 “발레단 연차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또래이다보니 편한 형동생처럼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잘 도와주는 사이”라고 말했다. 남정탁 기자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 솔리스트인 강민우(26)·김태석(25)에게 올해는 경사가 겹친 해다. 강민우는 올해 ‘그램 머피의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연이어 주연을 맡았다. ‘호두까기 인형’ 이외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선 건 처음이었다. 지난해 초 입단한 김태석은 군무·드미 솔리스트를 거쳐 이달 솔리스트로 승급했다. 상당히 빠른 승급이다. 두 사람이 27∼내달 1일 ‘라 바야데르’의 주인공 ‘솔로르’를 연기한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다. 16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사무실에서 연습을 마친 이들을 만났다.

발레가 반쯤 운동의 특성을 가져서인지, 두 사람은 무덤덤하고 수더분했다. 강민우는 ‘발레돌’로 불린다. 뛰어난 실력과 외모로 일본과 국내에 여러 팬들을 거느렸기 때문이다. 일본팬들은 그의 무대를 보러 바다를 건너고 선물을 보내온다. 하지만 그에게 특권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발레돌’ 얘기를 꺼내자 그는 “저 손에 땀 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잘 모르겠어요. 요새 뒤에 ‘돌’자 붙이는 게 유행이잖아요. 크게 신경은 안 쓰는데 가끔 깜짝 놀라요. ‘내가 발레돌인가’ 이러면서. 일본 공연 갔을 때 동료들과 사인회를 했어요. 우리 발레단 실력과 공연이 좋으니 내가 여기에 묻어가는구나 싶었어요.”

강민우는 몸이 약해 9살 때 발레를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키로프발레아카데미를 졸업하고 2008년 19살에 입단했다. 김태석은 한참 늦은 고교 2학년 때 발레를 만났다. 그는 “공부만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제 적성을 찾고 있었다”며 “부모님 지인의 소개로 무용 학원에 갔다”고 말했다. 스트리트 댄스처럼 멋있는 춤을 상상하며 갔지만 학원은 예상과 딴판이었다.

“남고를 다녔기에 처음엔 당황했죠. 이걸 진짜 해야하나. 친구들한테 말도 못 했어요. 그런데 매력 있더라고요. 쉽게 되는 동작이 없고, 더 잘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면이 있어요. 그 전에 축구, 농구, 탁구, 유도 등 온갖 스포츠를 즐겨했어요. 발레는 스포츠면서 예술이라 더 좋았어요.”

그는 발레 입문 두세달 만에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채 속도를 내서인지 탈이 났다. 평지를 걸어도 무릎이 아플만큼 부상을 당했다. 1년 반을 쉬었다. 이후로는 “부상이 올 것 같으면 그냥 쉬어버린다”고 한다.

여느 직업처럼 발레 무용수도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최고의 무대’를 추구하는 예술인데다 부상 위험이 상존해 부담감은 더 크다. 강민우는 “요즘 여기저기 아프고 작년부터 잠을 잘 못 잔다”며 “생각이 많은 편인데, 씻고 누우면 무용이나 내일 할 일에 대한 생각들이 머릿 속으로 막 들어온다”고 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를 보낸 밤이면 영상을 챙겨보거나 쉬느라 취침 시간이 늦어진다. 듣고 있던 김태석은 “전 힘들어도 좋게 생각하고 즐기려 노력한다”며 “스트레칭할 때 고통스러워 이상한 소리를 내면 옆에서 막 웃는데 그러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나아지는 식”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스트레스 대처법은 딴판이다. 김태석은 “발레를 하기 싫고 답이 안 나오는 날은 다 놓아 버린다”고 한다. 반면 강민우는 “안 풀릴수록 오기로 끝까지 해보는” 편이다.

“기분 나쁜 상태로 뭘 하려면 더 안 되더라고요. 차라리 받아들이고 시간에 맡기면 되겠지 하다보면 기분 전환이 돼요.” (김태석)

“돼, 그게? 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스트레스던데.” (강민우)

이번에 두 사람이 참여하는 ‘라 바야데르’는 출연진이 많고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급 발레다. 강민우는 2009년 이 작품에 인디언, 창병 등 군무로 출연했다. 이듬해에는 남성 솔로인 황금 신상으로 멋진 기술을 선보이나 싶었지만, 연습 도중 잘리고 군무로 돌아갔다. 그런만큼 이번 주역은 의미가 크다. 김태석은 2012년 미국 발레단인 ‘콜롬비아 클래시컬 발레’에서 ‘솔로르’를 한 적이 있다. ‘솔로르’는 고전발레에 자주 나오는 줏대없는 남성이다. 무희 니키아에게 사랑한다며 ‘도망치자’ 하고는 왕의 말에 복종해 감자티 공주와 결혼한다. 니키아가 숨진 후에야 뒤늦게 비탄에 잠긴다. 김태석은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분의 벽이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지젤’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사랑하는 여주인공을 앞에 두고 다른 여성을 받아들여야 하죠. 나쁜 남자지만 한편으로 마음 아파해요. 이런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요즘 TV드라마의 남성은 지고지순하잖아요.”(김태석)

“솔로르는 우유부단하지만 멋있는 전사이기도 해요. 호랑이도 때려잡는 인물인데, 저는 그런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에요. 제가 무대에서 감정 표현이 소극적인 편인 것 같아서요.”(강민우)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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