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스트라스필드에서는 지난 8월 한인 사회의 촉각이 시의회에 쏟아졌다. 일본의 위안부 동원 만행을 알리기 위한 소녀상 설립 안건이 시의원 투표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결과는 부결.
숙원이 끝내 좌절돼 한인들의 탄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독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다름 아닌 옥상두(62) 씨. 당시 시의원이던 그는 이제 시장이 돼 고국을 찾아왔다.
제4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석차 방한한 옥 시장은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소녀상 건립이 무산됐지만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시의원 표결에 올라간 것만 해도 큰 성과를 거둔 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평범한 호주 사람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번 표결이 이슈가 되면서 일본의 만행을 널리 알렸다고 봅니다. 아쉽게도 시의원 표결은 통과하지 못했지만 또다른 길을 찾아야죠."
옥 시장은 2012년 시의원으로 당선된 데 이어 2013년 부시장, 지난 9월 시장에 오르며 '이기는 선거'를 해왔다.
스트라스필드는 인구 4만여 명 가운데 한국계가 10%에 불과하다.
비결은 뭘까.
"호주한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일하던 시절 다양한 행사를 열어 한인과 호주인의 교류에 힘썼죠. 그러던 어느 날 정당에서 먼저 제안을 해왔어요. 보수 쪽인 자유당인데, 이민자 정책을 강화하고자 했던 거죠. '이거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응했습니다."
특히 그가 시장으로 당선된 건 동료 의원들의 지지표를 얻어서였다. 스트라스필드에는 시의원이 7명 있는데 이중에서 투표를 통해 시장을 뽑는다.
시의원 가운데 유일한 한인인 그가 어떻게 힘을 모았을까.
"시의원으로서 발로 뛰는 의정 활동을 했는데 당에서 그런 점을 좋게 평가했다고 봐요. 동료 의원들과도 평소에 자주 교류하며 친분을 쌓았습니다. 특히 우리 한인들이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한인 사회의 결속력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옥 시장은 32살이던 1985년 호주로 유학 온 정치학도였다는 점에서 정계 입문이라는 목표를 이룬 셈이기도 하다.
그가 유독 북한 인권, 위안부 문제 등 고국의 현안에 각별한 노력을 쏟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호주에 사는 한인 1세대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일본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 야심에 분개하죠. 위안부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국과 일본이 화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데 어떻게 미래를 얘기하겠어요? 역사를 바로 세우고 정의를 지켜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차세대 한인의 정계 진출이 크게 늘어나야 한다고 옥 시장은 강조했다. "한국과 호주는 서로에게 점점 더 중요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알고 보면 호주는 동북아 정세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만약 호주가 일본과 가까워진다면 미국이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겠죠? 하지만 호주에서 중국, 일본은 잘 알아도 한국은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한인 1.5세, 2세의 정계 진출이 늘어나도록 민간과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옥 시장은 최근 스트라스필드에 부는 '새로운 한류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호주인들이 저녁 무렵만 되면 스트라스필드에 놀러 와요. '거기 가면 밤 10시가 넘어도 문을 여는 카페 거리가 있다'는 입소문 때문이죠. 카페 주인이 누구일까요? 바로 한인들이죠(웃음). 한국인의 근면함과 성실함이 결국은 한국과 호주의 관계 강화에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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