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말하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남을 도운 사람이고, 안 좋게 말하면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랄까? 주차장 관리자가 출차 시간을 어긴 차량에 벌금 고지서를 붙이려 하자 자신이 해당 차주라며 연장 티켓을 대신 발행한 어느 남자 이야기다.
잉글랜드 머지사이드주에 사는 레이 스로프(42)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차를 세인트헬레스(St Helens)에 있는 고층빌딩 유료 주차장에서 빼던 중 누군가를 발견했다.
레이가 본 사람은 주차장 관리인이었다. 관리인은 주차장을 돌며, 예정 출차 시간을 어긴 차량 사진을 찍고, 벌금 고지서를 붙이는 중이었다. 레이의 눈에 띈 찰나에도 관리인은 한 차량에 고지서를 막 부착하려던 참이었다.
레이는 화가 났다. 출차 시간을 지켜야 하는 점은 알지만, 해당 차주에게 사정이 생겨 예정시간에 차를 빼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관리인이 딱딱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했다.
레이는 얼른 관리인에게 다가가 자신이 해당 차량 주인이라고 밝혔다. 미안하다고 사과한 그는 “무슨 문제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관리자는 “출차 시간을 10분이나 어겼다”고 답했다.
레이는 “주차티켓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관리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벌금을 물지 않겠다”고 답했다. 레이는 주차시간 15분 연장 비용으로 0.2파운드(약 350원)를 냈다.
레이는 관리인이 자리를 뜬 후, 창문에 차주에게 남기는 편지와 함께 주차티켓을 꽂아놓았다. 그는 편지에서 “당신은 하마터면 벌금을 낼 뻔했다”고 글을 남겼다.
레이는 “연장티켓을 끊지 않았다면 차주는 벌금으로 40파운드(약 6만9000원)를 내야 했다”며 “0.2파운드로 다른 사람을 구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벌금 부과가 관리인의 업무라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때때로 그들은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 같다”고 덧붙였다.
레이는 이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과거 한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불가피하게 출차 시간에 늦어 벌금을 물었다. 관리인을 본 순간 자신이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한편 이날 레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쪽지 사진은 ‘좋아요’ 1400여개, ‘공유’ 110여회를 통해 널리 퍼졌다. 그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뒤 약간 당황했다”며 “‘잘했어요’ ‘훌륭합니다’ 등의 칭찬이 쇄도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레이 스로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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