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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대외비 문서 715건
전직 청와대 행정관 A(48)씨가 빼돌린 715건의 청와대 대외비 문서 가운데 실체를 가늠해 볼 만한 보고서는 이름이 확인된 2건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행보 전망’, ‘서울시민 관심이슈 관리 강화로 민심 회복 도모’로 제목이 달린 점으로 볼 때 정치권 동향정보를 담은 보고서로 추정된다.
앞 문서는 2011년 10·26 보궐선거 전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2011년 8월에서 2012년 초까지 청와대에 근무했다. 그 무렵 치러진 선거는 10·26 보궐선거가 유일했다. 문서 내용은 당시 선거결과를 전망한 뒤 야당의 ‘권력지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를 예측한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박원순 범야권 통합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대결했던 서울시장 선거 전망 등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 문서는 제목으로 봤을 때 일종의 기획안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민심 회복을 위해 서울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를 관리하도록 제안하는 것으로 보인다.
A씨가 빼돌린 나머지 문서도 이 같은 정치적 성격을 지닌 대외비 보고서였을 것으로 예측된다. A씨 청와대 근무 당시 김효재(63) 정무수석비서관 밑에서 일했다는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그 당시 정무수석실은 청와대와 정치권을 연결하는 창구였다는 점에서 업무상 정치권 동향보고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 동향정보 가운데 선거 관련 정보도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10·26 보궐선거는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와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전초전’ 성격이 짙어 선거 승패가 세간의 관심사였고 청와대도 이를 주목했다.
청와대가 과거 정무수석실을 통해 야당 등의 동향을 살펴봤다는 의혹이 나온 만큼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정무수석실이 독단적으로 정치권 동향정보를 파악했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보면 된다”며 “특히 여러 정황상 야당 유력정치인 동향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문서 중엔 당시 청와대 최고위층이 ‘주문’해 만들어진 보고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혹 중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중 제기됐던 각종 불법사찰 의혹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MB 재임 중 벌어진 권력기관 ‘탈선’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은 그동안 심심찮게 제기됐다.
가장 대표적인 게 2010년 MBC가 방영한 PD수첩 ‘이 정부는 왜 나를 사찰했나’편으로 촉발된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이다. 이 사건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부터 민간인과 정치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골자인데, 배후 규명이 최대 관심사였다. 당시 MB비선인 ‘영포회’가 민간인 사찰을 지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 외에도 권력기관 탈선 사례나 관련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검찰이 이 사건을 뒤늦게 인지해 수사를 벌이던 2013년에는 민주당이 이른바 ‘박원순 제압, 반값등록금 대책’ 문건을 폭로했다. A씨가 유출한 문서와 작성시기가 일치하는 2011년에 만들어진 소위 ‘박원순 문건’은 특유의 보고서 양식과 함께 작성자인 국정원 직원, 연락처, 조직명이 적시됐지만 검찰은 “국정원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특별기획취재팀=김준모·조현일·박현준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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