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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하자 기획소송, 잘못하면 본전도 못찾는다

입력 : 2015-10-31 05:00:00 수정 : 2015-10-31 10: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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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시공 하자와 관련된 분쟁이 늘면서 하자문제를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변호사에 의한 ‘하자 기획소송’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하자보수 보다 손해배상금 등 이른바 '잿밥'을 앞세운 하자 기획소송의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전문가들은 패소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승소하더라도 입주민이 크게 이득을 본 사례가 거의 없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1. 지난 2007년 부산의 약 4000가구 규모인 A아파트. 입주민들은 균열 등에 대한 약 40억원의 손해배상 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되는 바람에 결국 손해만 봤다.

#2. 2008년 1000여 가구 규모 경기도의 B아파트 입주민들은 하자를 이유로 20억여원을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일부 승소를 통해 3억여 원의 배상금을 받는데 그쳤다. 그나마 ▲하자 감정 ▲변호사 업무 비용 ▲소송 인지대 등의 각종 경비를 지급하고 나니 손에 쥐는 돈은 사실상 없었다.

이처럼 아파트 시공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위해 기획소송이 확산되고 있지만, 입주민 입장에서 실익이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자 보수 보다는 배상금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승소하더라도 변호사 보수 등을 제외하면, 입주민들은 푼돈을 손에 쥐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자 기획소송이란 하자보수 등 권리의 청구보다 손해배상금 등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는 소송 형태다. 일부에서는 입주민의 이익보다 변호사의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소송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입주민들은 들러리로 전락하고, 최악의 경우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보게 된다.

2011~2012년 2월 분양 광고에 게재된 영종도와 인천 청라지구의 제3연륙교 건설과 제2공항철도 등의 무산에 따른 허위 과장 광고 시비와 아파트 가격 폭락 책임 등을 이유로 입주 예정자 2099가구(전체의 25%)가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수임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이 높고 최대 분양금의 35%까지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변호사는 "세대별 소송 관련 부담액은 30만~40만원(배상금의 5~7%, 성공 보수 제외)에 불과하다"면서 소송을 권유했다.

그러나 변호사의 장담과는 달리 1심 재판부 배상 판결 금액은 분양 대금의 5%(2013년 8월 판결), 12%(2013년 2월 판결) 정도에 불과했다. 입주 예정자들이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지 않고 소송에 참여하는 바람에 중도금과 잔금 미납에 따른 연 14~16%의 지연 이자와 대출 이자가 배상금을 웃도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3년 12월12일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에서는 "건설사의 고의성이 없어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며 원고 전부 패소 판결이 나왔다. 변호사는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고액의 수임료를 챙겼다. 건설사는 입주 예정자들의 소송 제기로 중도금과 잔금이 입금되지 않아 준공 이후에도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하자담보책임 기간이 만료하기 직전인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자 소송을 벌이기도 한다. 입주민의 피해가 큰 경우다.

경기 오산시 운암동 C아파트는 준공 후 9년 이상 경과했다. 이미 마감재 등 하자와 관련해 여러 차례 보수가 이뤄졌다. 하자 의무 보수 기간 마감이 임박한 시점인 2009년 입주민 2000여 명이 외벽 균열 등 총 213건을 이유로 하자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자 분쟁 전문 변호사가 성공 보수를 전제로 소송을 전담해주기로 했다. 주민들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소송에 동의했다. 변호사가 추천한 안전진단업체가 하자 내용을 부풀려 입주민들은 일단 소송을 하면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변호사는 가구당 수백만원씩의 판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손해배상금청구 금액 중 30%를 받는데 그쳤다. 변호사 비용 1억3000만원, 안전진단 비용 8000만원을 제외하자 실제 가구당 수령액은 20여 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소송을 하자고 앞장섰던 사람들도 자취를 감추고, 하자 분쟁 소송 이후 입주민들 간의 인심만 더욱 흉흉해졌다.

리모델링 후 집을 팔고 이사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판결이 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해야 판결금이 커진다는 일부 주민들이 주장하는 바람에 간단한 수리조차 불가능했다. 소송 진행중 집값은 더욱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안전진단업체가 하자 소송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안전진단업체 D사는 2006년 12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E아파트에 대해 입주 전부터 미·오시공 등 부실과 불량 공사로 문제가 많은데다 입주 후에도 하자 보수 미비 등을 이유로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D사는 "입주민 부담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며 하자 소송을 권유했다.

2008년 6월 입주민들은 시행사와 시공사 등을 상대로 하자 소송을 추진했다. D사는 2200만원을 착수금조로 받아 10㎝ 두께의 하자 부실 조사 보고서를 제작, 총 65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금을 산정했다.

D사는 정밀 안전진단 결과 건축물 상태와 안전성에 대해 C등급으로 허위·과장 진단을 했다. 입주민들은 심각한 안전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소송 결과는 입주민 기대와 달리 승소 판결금이 크지 않았고 착수금과 법원 감정비용을 공제하고 나면 오히려 6000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소송 때문에 추가적인 하자 보수도 요구할 수 없게 됐다.

하자진단보고서는 전체 가구 중 6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부실 평가로 드러나 입주민들은 D사를 상대로 사기 등에 의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자보수 및 분쟁의 처리와 관한 법률적 장치가 아직 미흡한 현실에서 이 틈새를 파고들어 과대 포장된 경제적 이익을 앞세운 하자 기획소송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면서 “법적 이익의 보호라는 허울 속에 입주민들을 오히려 오도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 부담 등의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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