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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검은 사제들’ 김윤석 “배역보다 작품… 감독 용기에 박수를”

입력 : 2015-11-05 18:09:39 수정 : 2015-11-05 18: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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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묵직하고도 묵직한 역할이었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겨웠던 작품.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 제작 영화사 집,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둔 배우 김윤석의 소회는 이러했다.

5일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한국영화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가톨릭교회의 ‘구마’(엑소시즘, 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 의식)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영화다. 지난해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화한 작품이다. 자칫 종교영화나 예술영화로 그려질 수도 있었지만 김윤석과 강동원이 주연으로 참여하고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으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상업영화의 구색을 갖추게 됐다.

장르를 불문하고 작품 안에 녹아드는 연기를 보여주는 김윤석은 이번 작품에서 구마를 주도하는 김신부 역을 맡아 최부제 역의 강동원과 함께 카리스마와 무게감을 동시에 발산했다. 그는 육체적 고통이 따랐던 이전 작업들과는 달리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던 영화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한 마디로 정신적인 싸움이었죠. 액션이나 스릴러 영화는 잡거나 도망치면 되는데, 이 영화는 내면과 계속 싸워야 했으니까. 명동 구석의 한 다락방, 밀폐된 장소(촬영은 광주)에서 한 달 넘게 구마 시퀀스를 찍는데 아무리 지쳐도 에너지를 유지해야 하는 점이 힘들었어요. ‘말로 하는 액션영화’라는 감독의 표현이 딱 맞아요.”

‘추격자’(2008) 속 연쇄살인범을 쫓는 포주에서 ‘완득이’(2011)에서 인간미 넘치는 선생님으로, ‘도둑들’(2013) 희대의 도둑으로 분했다가 ‘쎄시봉’(2015)에서는 사연을 간직한 중년의 남자로. 김윤석의 행보는 감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어떤 작품, 배역이나 소화해내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우들을 보면 ‘캐릭터가 좋아서 작품 선택했다’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저는 100% 작품이에요. 배역은 두 번째죠. 먼저 이야기가 끌려야 해요. 배우라면 누구나 흥행을 바라지만, 사실 완성도 있고 깊이 있는 작품이 우선이에요. ‘검은 사제들’은 소재가 독특했고, 밀도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마음에 들었어요. 목적의식이 분명했고 상업영화지만 감독이 주관대로 작가적인 시점을 놓지 않는 게 좋았죠. 현재 시스템에서 그게 쉽지 않은데,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쳐 드리고 싶어요.”

신부들의 이야기인 시나리오를 읽고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아내(배우 방주란)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감독이 보통 공부를 많이 한 게 아닌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장재현 감독은 이번 작품이 첫 장편데뷔작인 데도, 김윤석은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나보다 작품이 먼저’라는 생각은 지금의 배우 김윤석을 있게 해준 원동력처럼 느껴졌다.

“구마라는 소재, 사제복을 입은 신부들은 낯설지만,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란 베이스가 너무 좋았어요. 김신부는 죽어가는 영신을 살리기 위해 구마를 행하지만, 어쩌면 이 아이를 죽여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에 휩싸여 있어요. 정의가 뭔지 불의가 뭔지 헷갈리는 현실 속에 희생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없는데 오직 자신의 신념만을 믿고 행하는 인물이죠. 어쩌면 그런 면에서 ‘다크나이트’와도 비슷해요. 김신부는 그런 매력이 있는 인물이에요.”

장재현 감독이 그에게 주문한 건 딱 한 가지, “신부 같지 않은 신부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김신부는 가톨릭교회 내에서는 소위 ‘신부깡패’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김윤석은 신부라는 직업적 선입견을 버리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연구했다. 구마를 여러 차례 겪은 탓에 ‘세 치의 혀’에 결코 현혹되거나 농락 당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의 의심을 끝없이 이끌어내는 묘하고도 미스터리한 인물이 완성됐다.

“사람들이 김신부를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 의심하고 추리해나가는 과정 또한 쏠쏠한 재미가 될 겁니다. ‘검은 사제들’은 글쎄요. 제 필모그래피를 되돌아봤을 때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줄에 세워야 할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의미가 남다른 작품임에 틀림없어요. 흥행을 기대하는 건 그 다음 문제겠죠.”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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